경찰이 국토교통부(국토부) 산하 지방국토관리청의 발주공사 전반에 비위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기관 공문을 보내면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이 건설업자와 유착해 현행 발주 절차를 악용하며 부당이득을 챙기고 퇴직 공무원들이 건설업체 취업을 통해 이권 개입에 나서는 등 보완이 시급하다.
2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국토부 익산지청 산하 한 사무소장(4급 상당) A씨와 도로 시설물 제조 회사 대표 B씨, 익산지청 소속 직원과 감리 등 총 14명을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직권남용·건설산업 기본법 위반·이해충돌방지법·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들은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약 2년 동안 전남 순천·해남 일대 국도 공사 과정에서 부정청탁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챂에 따르면 A씨는 도로공사 과정에서 입찰에 참여한 B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입찰 정보를 제공했으며 B씨의 회사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로공사 중 불필요한 충격흡수시설 설치를 요구한 B씨의 요청을 수용해 국고에 총 1억4200만원의 손실을 끼치고 충격흡수시설 설치 전 속도측정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경찰의 요구도 묵살했다.
B씨 등 건설업자와 감리단은 공사 수주를 위해 A씨에게 해외 골프시설과 노래방 등 유흥시설 접대비용을 지급하거나 명절 떡값 명목으로 6차례에 걸쳐 3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부하직원들에게도 골프 접대, 해외 항공권 등 총 170만원 상당의 뇌물을 건넸다.
뇌물을 받아 챙긴 직원들은 입찰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거나 특정 업체의 공법을 심의위원들에게 직접 부탁해 통과시키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B씨는 당초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으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해 구속을 면했다.
경찰은 A씨가 관여한 공사가 6건(계약 규모 약 22억원)에 달하는 점을 들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추가 비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파악된 현행 도로공사 발주체계의 구조적 문제와 퇴직 공무원들의 이권 개입 정황을 함께 조사 중이다.
국토관리사무소 등의 발주공사는 과거 용역업체가 건설업체 후보를 선정하고 발주처인 국토관리사무소 등이 최종 심의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하지만 2023년 4월 이후 '건설 신기술 특허 플랫폼'이 도입되면서 발주처가 직접 플랫폼을 통해 공법 보유 업체를 모집하고 후보를 선정·심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발주처 관계자가 유착된 업체에 입찰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거나 내부 공무원이 심의 과정에서 특정 업체의 공법만 강조해 통과시키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퇴직 공무원들의 개입 정황도 들여다볼 대목이다. 경찰은 건설업체들이 국토관리청과 유착하기 위해 퇴직 공무원들을 수시로 고용하고 이들을 통해 현직 소장 등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청탁을 지속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직 공무원들은 퇴직 선배 공무원들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든 점, 자신 또한 퇴직 후 청탁을 받은 건설 업체에 취직할 가능성에 공사에 개입하는 경우가 만연해 있다고 경찰은 분석했다.
또 국토관리사무소 내에서는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직원 간 PC를 공동 사용하고 있어 접속 기록만 남을 뿐 어떤 조작이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없는 구조로 파악됐다. 심의 담당자의 PC를 유착 관계에 있는 직원이 조작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경찰은 이 같은 내용들을 종합해 지난달 29일 국토부 익산지청에 개선방안 마련을 요청하는 권고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익산지청 내부에 전·현직 공무원과 유착한 건설업체들로 구성된 카르텔이 발주공사를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업체 선정 로비, 정보 유출, 예산 낭비 등이 반복되고 있다. 유착 관계 전반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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