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터는 대표팀 합류…"오래 야구하면 좋죠"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인천고를 졸업한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해 육성 선수로 힘겹게 프로 생활을 시작한 신민재(29·LG 트윈스)가 10년 뒤, 통합우승(정규시즌·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됐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타율 0.313으로 팀 내 1위(전체 9위)에 오른 주전 2루수 신민재는 한화 이글스와의 한국시리즈(KS)에서도 타율 0.409(22타수 9안타), 3타점, 6득점으로 활약했다.
수비에서도 철벽 방어를 했다.
LG는 10월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KS 5차전 한화 이글스와 방문 경기에서 4-1로 승리해,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팬들과 함께 우승 세리머니를 펼친 신민재는 취재진과 만나 "수비가 괜찮았고, 두 번의 번트 시도도 모두 성공했다"며 "수비와 작전에서 실수가 없었던 점이 마음에 든다"고 KS를 돌아봤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공수에서 신민재는 빛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만들었다.
KS의 분수령이었던 4차전, LG가 0-3으로 끌려가던 8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신민재는 무시무시한 공을 던지던 한화 선발 라이언 와이스의 시속 149㎞ 직구를 공략해 중견수 쪽 2루타를 쳤다.
와이스는 신민재에게 2루타를 맞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신민재는 김현수의 우중간 안타 때 홈을 밟았다.
경기 후반 물꼬를 튼 LG는 9회초에 6점을 뽑아 7-4로 역전했다.
신민재는 "우리가 밀리는 상태였지만, 질 것 같지 않았다"며 "우리 선수 모두 포기하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신민재는 다소 작은 체구(키 171㎝, 몸무게 67㎏) 탓에 프로 구단에 지명받지 못했다.
2015년 두산에 육성 선수로 입단한 신민재는 1군 무대를 한 번도 밟지 못한 채, 2017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이적했다.
2019년 처음 1군 무대에 섰지만, 2022년까지 그의 역할은 짧은 순간 그라운드에 서는 '대주자'였다.
2023년 5월 말부터 LG 주전 2루수 경쟁에 뛰어든 그는 그해 122경기에 출전했고, 지난해에는 128경기에 출전하며 처음으로 규정 타석도 채웠다.
2024년 신민재는 타율 0.297로 타격 부문 25위에 올랐다.
가을 무대에서 역할도 달라졌다.
2019년과 2020년에는 대주자, 대수비로 포스트시즌을 치렀던 그는 2023년 KS에서 주전 2루수로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다만 2023년 KS 타율은 0.167(18타수 3안타)이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타율 0.350(20타수 7안타), PO에서 타율 0.267(15타수 4안타)을 올린 신민재는 올해 KS에서는 타율 0.409를 찍고, 장타를 4개(3루타 1개, 2루타 3개)나 쳤다.
신민재는 올해 5월 11일 타율이 0.191까지 떨어졌고, 2군행을 통보받았다.
그는 "이천 2군 훈련장에서 오전에 치고, 밥 먹고 치고, 야간에도 쳤다"고 밝혔다.
노력은 빛을 발했고, 신민재는 '3할 타자' 타이틀을 얻었다.
'치고 또 치고'는 LG 팬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신민재는 "작년까지만 해도 두 달 정도 타격감이 좋다가 한 번 꺾이면 회복하기 어려웠는데, 올해 5월 이후에는 꾸준함이 생겼다"며 "나만의 것이 생기면서, 예전보다는 편안하게 타석에 서고 경기를 치렀다"고 밝혔다.
KS에서도 쾌조의 타격감을 이어가 '우승팀 주전 2루수'로 시즌을 마친 신민재는 4일부터 대표팀에 합류해 체코(8·9일, 고척돔), 일본(15·16일, 도쿄돔)과의 평가전을 준비한다.
신민재는 "2일과 3일 이틀 동안 쉬지 않나"라며 "지난해에도 시즌 바로 뒤에 프리미어12에 출전했다. 오래 쉬는 것보다는 야구를 조금 더 오래 하는 게 더 좋다"고 대표팀 합류를 반겼다.
뛰고 싶어도 벤치만 지켰던 시절을 잊지 않은 신민재는 여전히 '뛸 기회'를 원한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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