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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고려아연의 '가치'

비즈니스플러스 2025-11-02 07:45: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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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MBK)간 경영권을 둘러싼 논란이 일년여를 훌쩍 넘겨 이어지고 있다.

양측간 논란은 지난해 9월 영풍과 MBK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7.0~14.6%를 주당 66만원에 공개 매수한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이후 자본을 앞세워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영풍-MBK 연합의 공세에 고려아연이 방어하는 양상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고려아연 임직원들은 사활을 건 노력으로 영풍-MBK의 고강도 공세를 막아낸 모양새다. 

하지만 영풍-MBK는 인수전 과정에서 확보한 지분을 바탕으로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을 시도하고 있어 양측의 팽팽한 접전 양상은 지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경영권 분쟁 관련 여러 건의 소송이 진행 중에 있고 추천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등 영풍-MBK의 고려아연 경영 참여 시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양측의 공방은 내년 3월 정기 주총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내년 정기 주총에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6명의 임기만료로 또다시 후임 인선을 놓고 표대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이 경영권을 수성한 지난 3월 영풍-MBK도 추천 이사 중 3명을 이사회에 진입시켰다. 이에 따라 영풍-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여전한 상태다. 

영풍-MBK의 인수 의지가 계속된다면 고려아연 이사회의 과반 확보는 가능한 상황이지만, 지난 주총에서 결의된 집중투표제 등으로 실제 실행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 것이란 게 일각의 관측이다.

여기에 분쟁 초기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의 적법성을 놓고 맞선 소송의 2심이 내달 시작되는 등 양측의 분쟁은 장기화 모드로 돌입한 상황이다.

고려아연(왼쪽)과 영풍 CI /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왼쪽)과 영풍 CI / 사진=연합뉴스

◇비철금속 제련 분야 세계 1위

양측간 논란의 한켠에서 주목되는 점이 있다. 고려아연의 기술적 가치가 재조명되는 형국이란 점이다.  

논란 이전 고려아연은 사실 일반인들에게 그다지 익숙한 이름은 아니었다. 사업 분야와 업종 자체가 일반 소비재가 아닌 B2B 전문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측의 공방은 고려아연이라는 '알짜기업'이 널리 알려지는 주요한 계기가 됐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지고 논란 속에서 옥석이 가려지듯이 브랜딩만 놓고 보면 고려아연에게는 큰 이득이 안겨졌다고 할 수 있다.

실제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경쟁력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토종기업이다. 철강제의 보호피막으로 사용되는 아연과 납(연)을 중심으로 연간 18종의 비철금속 120만여 톤을 생산한다. 

특히 아연 등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인 고려아연은 최근 탈중국 공급망의 핵심기업으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티모니 등 전략광물을 생산하는 기업이며 미국이 수입하는 인듐의 약 30%를 고려아연이 수출한다.

고려아연의 기술력 관련 최근 주목받은 대표적 사례를 꼽는다면 '갈륨'을 들 수 있다. 갈륨은 반도체를 비롯한 태양광 패널, 레이저, 야간 고글, 발광다이오드(LED), 고속집적회로 등 첨단산업의 원료다.

질화 갈륨을 기반으로 반도체 소자를 측정하는 공정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질화 갈륨을 기반으로 반도체 소자를 측정하는 공정 모습 /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갈륨 시장은 중국 장악력이 절대적인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격화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글로벌 관련 기업들에게 주요 과제로 급부상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오는 2027년까지 약 557억원을 투자해 울산 온산제련소에 갈륨 회수 공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가시화되면 오는 2028년 상반기 본격 상업 가동에 들어갈 온산 갈륨 공장은 연간 약 15.5톤의 생산을 통해 연 110억원의 기대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고려아연은 보고 있다.

중국 수출 규제 영향으로 글로벌 갈륨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온산 갈륨 공장의 본격 가동으로 인한 기대 수익은 훨씬 커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인 갈륨 공급망에 고려아연이 대안이 되면 국가 자원 안보도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국가자원안보특별법에서 정부가 특별 관리하는 핵심 광물 중 하나로 갈륨을 지정했다. 미국 역시 국가안보 차원에서 엄격히 관리하기 위해 갈륨을 에너지법에 따른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 목록에 올려놨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대표 기업

최근 고순도 아연 제련 기술인 '헤마타이트 공법' 등이 정부로 부터 국가핵심기술로 신규 지정된 것도 고려아연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방증하는 사례다.

지난달 초 산업통상부는 행정 예고를 거쳐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금속, 전기전자, 우주 등 3개 분야 기술을 새롭게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고려아연이 보유한 헤마타이트 공법 기술은 아연 정광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고순도 아연을 제련하는 공정 기술이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 정부가 특별 관리한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으로 지정되면 경제안보상 이유로 향후 정부 승인이 있어야 외국 기업에 인수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고려아연의 이차전지 전구체 제조기술이 정부로부터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바 있다. 

영풍-MBK와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방어전략의 일환으로 자사 보유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적극 추진해왔다.

국가자원안보특별법에 의한 핵심광물 중 안티모니에 대한 미국 추가 수출도 주목되는 고려아연 기술력이 발현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국내 화학 제조사와 손잡고 재가공한 안티모니 50톤을 미국에 보냈다. 지난 6월과 8월에 이어 추가로 성사된 수출 성과다. '안티모니'도 탄약, 방산 전자장비, 방호 합금 등 다양한 군수·방위산업 제품의 필수 소재인 핵심광물이다.

안티모니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광물이다. 전 세계 안티모니 생산량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이 지난해 8월 수출 허가제를 도입하면서 글로벌 공급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안티모니 수요의 76% 정도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중국의 수출 통제로 미국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모색했고, 국내 유일 안티모니 생산기업 고려아연을 선택했다. 고려아연은 올해는 총 100톤, 내년에는 240톤 이상을 미국에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사진=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경영권 분쟁 논란 이면에 고려아연은 기술적 경쟁력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기술력을 기반으로 신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 새로운 도약으로 경영권 위협을 떨져 내겠다는 확고한 의지도 밝힌 상태다.

고려아연이 구상하는 신사업은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을 핵심으로 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통해 본질적인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새롭게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 9월 우리는 우리 모두에게 충격적인 도전을 맞이했다. 예상치 못한 적대적 인수 시도는 우리 회사의 존재 이유와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지난 7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창립 51주년 기념사에서 밝힌 일성이다.

최 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신사업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더 이상 희망이나 선언이 아닌 실체를 가진 전략이자 우리가 실제로 만들어가는 현실"이라며 "파도는 계속 치겠지만 우리가 함께라면 고려아연은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신사업 추진과 강력한 경영권 방어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경영권 위협을 노사가 한마음이 된 연대의 힘으로 막아내면서 기업 존재 이유의 본질을 더욱 부각시킨 고려아연의 행보가 또 다시 새로운 가치로 어떻게 발현될지 주목되고 있다.

배충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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