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술 등 3천500병 통일부 승인하에 반입…식품안전 문제로 식약처가 제동
이번 주 통일부·식약처·관세청·국정원 등 처리 방안 협의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지난 9월 통일부의 승인을 거쳐 국내 반입된 북한 술이 식품안전 문제로 국내 유통에 제동이 걸렸다.
2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북 경협 사업자 A씨가 인천항을 통해 들여온 북한산 주류의 해외제조업소 등록 신청에 대해 서류 미비를 이유로 반려 처리했다.
해외제조업소 등록은 2016년 시행된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수입업자가 식품수입신고를 하기 전 제조공장의 세부사항을 식약처에 등록해야 하는 절차다.
수입하려는 식품이 제조국의 안전관리를 받는 시설에서 생산됐는지 확인하는 한편, 향후 안전 우려가 발생했을 때 현지 실사를 하기 위한 기본적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규제다.
식약처는 해외제조업소 등록에 필요한 공장(제조업소)의 영업 허가 증빙서류가 제출되지 않아 등록 신청을 반려한다고 A씨에게 지난달 14일 통보했다.
A씨는 북한 상명무역 등과 계약을 맺고 9월에 두 차례에 걸쳐 '고려된장술'과 '들쭉술' 총 3천500병을 통일부의 반입 승인을 거쳐 들여왔다.
통일부는 A씨의 계약 상대방과 거래방식 등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물품 반입을 승인했다.
통일부의 북한 물자 반입 승인은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A씨는 당초 추석 전에 통관 절차를 마치고 북한 술을 국내 유통하려 했으나 해외제조업소 등록단계를 통과하지 못해 수입신고도 하지 못한 것이다.
A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들쭉술 공장과 고려된장술 공장은 당국의 통제 아래 있기 때문에 한국 식약처가 요구하는 영업허가 증빙서류가 없다는 것이 북측 무역회사의 설명"이라며, "증빙서류 발급이 불가능할 때의 예외 규정을 북한 주류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식품안전을 책임진 식약처는 북한을 수입식품 안전관리규정의 예외로 인정할 근거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관계 단절 속에 통일부는 A씨의 주장이 맞는지를 확인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통일부, 식약처, 관세청, 국가정보원 등으로 남북 교역 관계부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북한 식품의 통관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하기로 했다. 첫 회의는 이번 주로 잡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행 수입식품 안전관리제도하에서는 북한 식품 수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관계부처TF는 이번 북한 술 처리 방안뿐만 아니라 수입식품법령 개정 필요성 등 북한 식품 통관 문제를 전반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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