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이재명 대통령은 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마친 뒤 내외신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동북아 협력 강화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이틀 전 회담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 대해서는 "아주 좋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고, 정상회담을 앞둔 중국을 두고도 "실질적인 관계 회복과 협력 강화가 꼭 필요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에 관해서는 "남측을 조금이라도 믿을 수 있게 만들기 위한 선제적 조치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남북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아래는 이 대통령과의 문답.
-- 북한은 대화의 문을 열지 않고 있는데 북미회담을 어떻게 측면 지원할 것인지.
▲ 한반도 문제는 언제나 매우 복합적이고 어렵다.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동북아뿐만 아니라 세계평화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평화와 안정은 강력한 억지력도 필요하지만, 최종단계에선 언제나 대화와 타협, 공존과 공영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햇볕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코트를 벗기려면 따뜻한 봄날을 만들어 옷을 껴입을 필요가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대화와 타협, 설득, 공존과 번영의 희망이 있어야 비로소 평화와 안정이 가능하다.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만드는 게 가장 확고한 평화이고 안보다.
저희는 실제로 이를 실천하려고 한다. 북측이 대한민국 정부를 의심하며 적대적으로 행동하고 있지만 이 대결적 사고를 바꾸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떻게 갑자기 한꺼번에 바뀌겠나. 북측이 안심하고 남측을 조금이라도 믿을 수 있게 만들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를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런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북측이 여러 계기에 적대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변화의 과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하나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보다 표현의 강도가 매우 많이 완화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정부 혼자만으로는 어렵다. 휴전 협정의 당사자는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이었다. 그래서 북한은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제 그렇게 행동한다.
그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미국의 역할이다. 미국의 역할을 인정하고, 미국과 북한이 대화해 관계를 개선하면 남북 관계도 개선할 길이 열린다. 직접 대화를 위한 노력도 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하려는 대로 '피스메이커' 역할을 잘하도록 하는 게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에도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될 거라고 믿는다.
-- 중국과 한국의 관계 발전을 어떻게 전망하시나. 양국은 어떤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나.
▲ 한중 관계는 외형적으로는 특별히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되거나 회복돼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다. 단순한 회복을 넘어 서로에게 도움 되는 협력의 길을 다시 찾아가야 한다. 그래서 실질적인 관계 회복과 협력 강화가 꼭 필요하겠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주안점을 두고 논의하려 한다.
가장 중요한 분야는 경제 분야가 될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여러 부문에서 경쟁하는 관계이지만 또 다른 어느 측면에선 협력하는 관계다. 국가 간 관계는 매우 복합적이어서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게 공존하고 협력과 경쟁, 대결이 공존한다.
대한민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아주 가깝고, 경제적으로 서로 깊이 의지하고 협력하는 관계다. 그래서 앞으로는 외부의 작은 장애가 있더라도 그 장애를 넘어서서 더 큰 이익과 변화를 향해 나아가려고 한다. 중국 당국도, 대한민국 정부도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더 나은 삶이고, 희망 있는 국가를 만드는 것 아니겠나. 중국에도 대한민국에도 모두 도움이 되는 여러 영역, 특히 경제와 민간 교류,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협력과 소통의 계기를 많이 만들고 높여가려고 한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정착시키는데도 중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반도가 안정돼야 동북아도 안정되고 그것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큰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 다카이치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는데 어땠나. 솔직하게 말해달라.
▲ 다카이치 총리께서 개별 정치인일 때하고 일본 국가의 경영을 총 책임질 때 생각과 행동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달라야 한다. 저도 야당의 지도자일 때하고 야당과 여당을 포함해 온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일 때 판단과 행동이 달라야 한다. 일본이 요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크게 걱정 안 하지 않나.
저도 다카이치 총리를 만나기 전에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직접 만나 뵙고 상당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눠보니 저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아주 훌륭한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의 '한일관계는 매우 중요하고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솔직하게 느낌을 말씀드리면, 아주 좋은 느낌을 받았다. 걱정이 다 사라졌다. 앞으로 한일 관계는 잘 협력해서 지금보다 훨씬 나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겠다. 미래를 향해 함께 손을 잡고 나가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에게 도움 되는 관계로 충분히 발전할 수 있겠다, 자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셔틀외교의 정신에 따라 제가 일본을 방문해야 하는데, 가능하면 나라현으로 가자고 말씀드렸다. 본인도 아주 흔쾌히 좋아하셨다.
-- 경주선언 채택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나.
▲ 경주 선언은 오늘 아침 7시 30분에 최종 문안이 완성됐다. 이견이 있었고 조정을 했다. 큰 쟁점은 무역과 투자에 관한 챕터를 둘 건지였다고 한다. 무역과 투자에 대해서도 원만히 합의돼서 의견을 다 모았다. 문화 창조 분야에 대한 약간의 논란이 있었지만 쉽게 합의가 됐다고 한다. 전체적으로는 모든 회원국이 뜻을 모아서 아시아·태평양이, 전 세계가 나아갈 길에 대해 충분히 의미 있는 결론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 멕시코가 관세 인상을 예고했는데 APEC이 추구하는 정신과 맞다고 보느냐.
▲ APEC의 대전제는 각 국가가 독립성을 갖고 있고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하는 목표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 전제 아래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공통의 과제를 찾고 최대한 협력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APEC의 목표다. 멕시코의 국가적 필요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는 것일 텐데 여러 나라와의 협의·조정을 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사이에 충분한 이해관계의 조정이 이뤄질 것이다. 국제관계라는 게 일국이 지배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모두가 자기 국가에만 유익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미국과의 관세 문제에서 파생된 측면도 없지 않을 텐데 모든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라 짧은 시간 내에 결판나는 게 아니라 많은 시간과 노력,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 APEC을 준비·진행하는 과정에서 인상 깊거나 난감했던 순간을 꼽는다면.
▲ 대규모 국제대회는 끝나고 나면 말이 많이 나오기 마련인데,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큰 문제 없이 잘 넘어가고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잘 관리하도록 하겠다. 국무총리가 이곳을 10번 오셨다고 하는데, 꼼꼼히 잘 챙긴 결과로 보인다. 안전과 경호 문제에 신경을 많이 썼고 교통 문제가 걱정됐는데 잘 처리됐다는 생각이 든다.
-- 내년 APEC은 중국에서 열리는데 중국 측에 어떻게 경험을 공유할 것인가.
▲ 어젯밤 시진핑 주석님과 공연을 관람하다가 나비가 날아와 관중들 위로 날아다녔다. 제가 시 주석께 '나비는 원래 조용히, 소리 없이 나는데 이 나비는 소리가 난다. 내년에는 소리 나지 않는 진짜 나비를 만들어 날려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시 주석께서 '노래하는 나비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씀하셨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연결성이다. APEC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기반으로 더 나은 미래를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기구다.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내년의 APEC도 이번보다 훨씬 더 성공적으로 치러져야겠다. 더 나은 의제와 1년간의 발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시 주석님과 우리 중국 국민들이 잘 준비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저도 내년 선전에서 여러분을 다시 만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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