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하면서 가자지구의 은행들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현금 부족으로 정상적인 영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휴전 발효 6일 만인 지난 16일부터 가자지구의 은행 지점들이 업무를 재개했다.
하지만 장을 보거나 공과금을 내는 데에 필요한 돈을 뽑으려 은행 앞에 길게 늘어섰던 주민들은 이내 실망과 함께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팔레스타인은행 지점에 들렀던 여섯 아이의 아버지 와엘 아부 파레즈(61)는 "은행에 돈이, 유동성이 없다"며 "서류로 하는 거래만 하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7남매의 어머니인 이만 알자바리는 제대로 은행 일을 보려면 2∼3일은 족히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그렇게 해도 400∼500셰켈(17만6천∼22만원) 정도밖에 손에 못 쥘 텐데, 요즘 같은 물가에 이걸로 뭘 살 수 있겠나"라고 푸념했다.
지난 2년여간 전쟁이 이어지면서 이스라엘에서 가자지구로 현금 공급이 중단됐다.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 화폐인 셰켈(NIS)이 사용되는데, 휴전 합의 이후에도 발표된 지폐 반입 등의 계획은 없다.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경제학자 무함마드 아부 자야브는 "은행이 문을 열고 에어컨도 가동되기 시작했지만, 전자상거래를 제외한 예금·현금 인출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자야브는 사람들이 상인들에게 가서 계좌이체 등을 통해 급여를 현금으로 바꾸기도 한다며 그 과정에서 "20∼40%에 달하는 수수료를 떼인다"고 짚었다.
일부 주민들은 계란이나 설탕 같은 생필품을 살 때 현금을 내는 대신 은행 앱으로 계좌이체를 하지만, 이 경우에도 판매자가 추가 수수료를 요구한다고 한다.
현금이 귀해지다 보니 지폐를 수선하는 일로 돈을 버는 사람들도 생겼다.
마날 알사이디(40)는 "이 일로 20∼30셰켈(약 9천∼1만3천원)을 벌어 빵 한 덩이나 콩, 팔라펠 같은 간단한 것들을 사 먹는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의 상인 사미르 남루티(53)는 오래 유통돼 알아볼 수 없는 정도가 된 지폐에도 익숙해졌다고 한다. 남루티는 "지폐의 일련번호가 중요하다"며 "일련번호만 있으면 돈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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