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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요즘 부모들의 관심사는 단연 ‘키 성장’이다. 성장 영양제, 단백질 보충제, 성장호르몬 주사까지 다양한 방법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아이의 키를 결정짓는 진짜 열쇠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운동’이다.
운동은 성장판을 직접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성장 촉진 요인이다. 성장기 아이들의 뼈 끝에는 성장판이 존재한다. 이곳에서 새로운 뼈 세포가 만들어지며 키가 자라는데, 성장판은 단순히 유전의 영향을 받는 수동적인 조직이 아니다. 외부 자극, 특히 기계적 자극에 반응하여 세포 분열이 활발해진다. 즉, 아이가 뛰고, 점프하고, 달릴수록 성장판은 더 활성화되고, 뼈의 성장 속도도 빨라진다.
농구, 줄넘기, 달리기, 배드민턴처럼 체중이 순간적으로 발끝에 실리는 체중부하 운동은 성장판 주위의 혈류량을 증가시킨다. 이때 뼈 속의 성장연골세포가 활성화되며, 성장호르몬의 작용 효율도 크게 높아진다. 운동은 단지 근육을 키우는 행위가 아니라, 성장판을 깨우는 생리적 신호인 셈이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운동 직후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평상시보다 5~7배 증가한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운동 중에는 성장호르몬뿐 아니라 인슐린유사성장인자(IGF-1)도 함께 상승한다. 이 두 호르몬은 성장판 내 세포 증식을 촉진하고, 뼈의 길이 성장을 가속화한다. 그래서 하루 한 시간의 땀나는 운동이 아이의 1년 성장 속도를 1.5~2cm 높이는 효과를 보인다는 임상 결과도 있다.
하지만 단기간의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성장판은 반복 자극에는 강하지만, 과도한 충격에는 약하다. 따라서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 일주일에 두세 번 몰아서 하는 운동보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30분~1시간씩 가볍게 뛰고 걷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성장기에는 근육과 관절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운동 전후의 스트레칭과 충분한 수분 보충도 필수다.
운동의 또 다른 장점은 ‘전신 리듬 회복’이다. 운동을 하면 혈류가 늘어나고, 체온이 오르며, 자율신경계가 안정된다. 그 결과 숙면이 유도되고, 밤 10시~새벽 2시 사이의 깊은 수면 단계에서 성장호르몬 분비가 극대화된다. 즉, 운동-수면-성장호르몬 분비-성장판 활성화라는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반대로 활동이 적은 아이들은 잠을 설치고, 성장호르몬 분비 리듬이 깨져 성장이 둔화되기 쉽다.
성장을 원한다면 비싼 영양제보다 운동화를 먼저 챙겨야 한다. 아이의 키는 책상 위가 아니라 운동장에서 자란다. 매일 뛰는 아이가 크고, 땀 흘리는 아이가 자란다. 운동은 아이의 성장판을 깨우는 가장 과학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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