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주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양국 간 민감 현안이 얽힌 가운데 두 정상이 어떤 정치적 합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시 주석의 방한은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그는 지난 30일 국빈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시작했다. 31일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첫 대면 인사를 나눴다.
서해 구조물 다뤄질까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된 중국 측 고정식 구조물('선란 1·2호' 등)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가장 민감한 이슈로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 이병진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 해양경찰청은 지난 8월 중국의 해상구조물 3곳 중 한 곳인 '선란 2호'에서 시설 관리 인력으로 보이는 중국인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확인한 바 있다.
중국은 이 시설들이 심해 어업 양식시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 측은 잠정조치수역에 무단 설치한 구조물에서 고속정, 잠수부 등의 활동이 포착된 것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동·남중국해에서 인공 구조물을 근거로 영유권을 주장해 온 전례를 들어, 서해에서의 영향력 확대 시도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는 7월 본회의에서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대형 구조물을 설치한 것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재석 259명 중 찬성 252표로 통과시켰다.
한국 외교부는 APEC 직전 "중국 측은 해당 시설들이 군사·영유권 등 여타 목적이 없다고 설명해 왔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상회담에서의 문제 제기 필요성이 제기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BBC와의 통화에서 "중국의 서해 불법 구조물은 향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갈 수도 있는 문제"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문제 제기를 했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반드시 이 얘기를 꺼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 사안은 실무 라인에서 지속 협의할 성격이 크기 때문에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문제는 아니다"고 봤다.
경제 문화 교류 이뤄질까
양국의 여론(혐중·혐한 정서)을 진정시키고 문화 교류를 정상화할 해법도 과제다.
최근 한국 내 반중 집회와 중국 내 반한 정서 보도가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두 정상이 양국 청년·학술·문화 교류 재가동 같은 '체감 회복' 조치 등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비공식적으로 작동해 온 '한한령' 완화 가능성도 관심사다.
한한령은 2016년 한국 정부가 사드를 배치한 것에 보복하는 차원에서 중국 당국이 K-콘텐츠의 자국 내 방영을 금지한 조치를 의미한다.
중국은 "공식 금지조치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지만, 한국 측은 "중국이 한국 드라마·영화뿐만 아니라 한국 연예인이 나오는 광고와 방송의 송출도 막았다"는 입장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화산업의 불균형 해소가 필요하다"며 "우리 드라마·음악·게임이 중국 내에서 공정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정부가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 의제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0일 신화통신 서면 인터뷰에서 민생 협력 강화와 한중 FTA(서비스·투자) 2단계 협상 가속, 산업·공급망 협력 강화를 제시했다.
'핵추진 잠수함' 변수
북한 문제와 함께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이슈가 어떤 톤으로 다뤄질지도 관심거리다.
그동안 이재명 정부와 중국 정부가 공통적으로 밝혀 온 원칙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다.
한국은 중국의 영향력이 비핵화 대화 재개와 긴장 완화에 건설적으로 작동하길 기대해 왔고, 중국은 전통적으로 제재 일변도 지양과 정치적 해결을 강조해 왔다.
앞서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필요성을 공개 언급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후 중국 외교부는 "한·미가 핵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지역 평화·안정을 촉진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외교 관례상 정상회담에서는 이 이슈가 '한반도 비핵화·지역 안정' 같은 단어로 우회적으로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양갑용 수석연구위원은 "핵추진잠수함은 본질적으로 한·미 간 사안이어서 중국이 한국과의 정상회담에서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담이 원만히 마무리될 경우, 연내 또는 내년 상반기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한한령 완화·경제협력 복원·서해 구조물 등 민감 과제에 핵추진잠수함 변수가 더해지며 회담 난도가 예상보다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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