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 31일 발표한 '2026~2029 국가재정운용계획 분석'에 따르면, 정부의 중기재정계획은 의무지출 관리와 기금 재정수지 전망 측면에서 여전히 구조적 허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주요 공적연금과 사회보험, 교육세·보육 지원 분야 전반에서 과소편성·비현실적 추계·정보 비공개가 반복되며, 중기 재정건전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가 수립한 주요 기본계획 중 일부는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생계급여 대상자 확대(기준중위소득 32%→35%) 계획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 정책 간 일관성 확보와 국민의 이해도 제고를 위해 차이 발생 시 구체적 사유와 세부 추진 일정을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복지·교육 등 핵심 분야의 중점사업이 제시돼 있지만, 중기 재정투자계획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정책의 실효성과 예산 투명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특히 의무지출 분류체계는 사업 성격이 유사함에도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 부담금이 복지 법정지출과 기타의무지출로 분산돼 있어, 유형별 재정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됐다.
공적연금은 매년 당초 예산 과소편성 후, 기금운용계획 변경으로 증액되는 패턴이 고착화됐다. 당초계획을 초과한 지출 규모는 △2022년 4조4000억원 △2023년 3조8000억원 △2024년 8506억원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 전망에 따르면 향후 5년간(2025~2029년) 국민연금은 12조3000억원, 사학연금은 1조7000억원, 군인연금은 2000억원 상승했다. 정부 계획을 초과하는 지출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사학연금은 5년 내 재정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수입은 연평균 1.5% 증가(2025년 7조2000억원→2029년 7조6000억원)에 그치는 반면, 지출은 연평균 6.9%(6조6000억원→8조6000억원)로 급증해 2029년에는 급여지출이 부담금을 3조원 초과할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사학연금에 특화된 재정건전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의 국고지원은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일정 비율(14%, 기금 +6%)로 산정되지만, 예상 수입액이 지속적으로 과소추계되어 실제 지원액과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2020~2024년) 동안 정부는 보험료 수입을 총 9조8000억원 낮게 추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정부 지원액도 줄어드는 구조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고지원금 산정 기준을 예상 수입액이 아닌 결산상 실제 보험료 수입액 기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방안이 시행될 경우, 결산 기준 17% 지원 시 2029년까지 추가재정소요 890억원, 14% 기준 적용 시 10조7000억원의 재정이 더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국민건강증진기금 지원률은 법정치(6%)보다 지속적으로 낮다. 실제 지원금은 담배부담금 수입액의 65% 수준으로 책정돼 보험료 대비 지원률이 2020년 3.0%→2024년 2.3%로 하락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가 담배부담금 수입 전망을 불투명하게 산정하고 있으며, 2026년부터는 산출방법조차 비공개로 전환해 투명성이 저하됐다”고 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지출 증가율은 2025~2029년 연평균 2.1%로 설정돼 있으나, 과거 5년(15.1%) 대비 크게 낮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현 계획대로라면 2029년 예상 보험수입(18조5000억원)이 지출(24조9000억원)을 감당하지 못한다”며 수입 확충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문제다. 정부는 생계급여 대상 확대(기준 중위소득 35%) 계획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반영하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2029년까지 1.2~2.4조원의 추가 재정 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기준중위소득 산정 시 실제 소득자료의 증가율보다 낮은 기본증가율을 적용하면서, 소득격차 완화 효과가 사실상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기초연금의 경우 정부는 부부감액제 폐지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지만, 구체적 중기 사업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 제도가 전면 폐지될 경우 2029년까지 7~9조3000억원의 추가 재정소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반면 수급률은 2025년 5월 기준 65.8% 수준에서 정체돼 불용이 반복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수급률 개선 없이 제도만 확대되면 재정 비효율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세의 배분구조 개편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여전히 내국세에 연동돼 재정 투입 추세가 큰 변화가 없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6년 교육세 배분 비중(31.8%)이 오히려 개편 전보다 낮아, 고등·평생교육 지원 강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영유아특별회계 지출 속도(연평균 5.0%)가 교육세 편입분 증가율(1.7%)을 앞질러, 국고지원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영유아보육료와 유아교육비 지원은 정부가 2027~2029년 동일 금액 지출로 반영했으나, 국회예산정책처 추정에 따르면 영유아보육료는 연평균 5.7% 증가(3조5000억원→4조4000억원),유아교육비는 연평균 2.9% 감소(3조→2조7000억원)가 예상된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0세반 교사-아동 비율 개선(1:3→1:2)이 시행되면, 5년간 1조7000억원~2조5000억원의 추가재정 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보육료와 부모급여의 단가·대상 추계가 불일치해 정책 간 재정 연계성이 떨어진다”며 “두 사업의 재정 추정을 정합적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날 “2026~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은 법정 한도 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구조적 재정부담이 확대되는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또 “공적연금과 사회보험의 과소편성·불투명 추계·법정 미이행이 반복되면, 중장기 재정건전성은 급속히 악화될 것”이라며, “정부는 각 제도별 수입·지출 계획을 명확히 공개하고, 의무지출을 사업 성격별로 재분류해 관리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번 분석을 통해,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재정지도’ 역할을 하려면, 단순한 총량 통제에서 벗어나 정책별·제도별 정합성 검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벍혔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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