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원 아카이빙] 형상의 태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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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원 아카이빙] 형상의 태도②

문화매거진 2025-10-31 19:03: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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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원 아카이빙] 형상의 태도①에 이어 
 

▲ 전시 전경 / 사진: 정서원 제공
▲ 전시 전경 / 사진: 정서원 제공


[문화매거진=정서원 작가] 이어지는 작업들 속에서는 매체의 다층성이 형상을 확장하는 방식이 눈에 띈다. 일부 작가들은 회화에서 출발해 사진적 시선, 일기 조각 같은 텍스트, 일상의 시간성을 암시하는 소재들을 화면에 중첩한다. 덕분에 현실은 더 이상 단일한 표면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한 장의 이미지가 아니라 서로 다른 감각의 흔적들이 가볍게 포개진 결과물이다. 

형상이란 눈앞에 있는 대상을 옮겨 놓는 일이 아닌 현실이 우리 안에 남기는 지층들을 하나씩 더듬어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느리고 세밀한 작업을 통해 비로소 ‘보인다’는 감각이 완성된다.

이 전시에서 흥미로운 점은 형상이 ‘복귀’하거나 ‘복원’되는 방식이 과거의 환상을 재현하려는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형상을 그린다는 행위 자체가 세계와 거리를 측정하는 일에 가까워 보인다. 재현은 명확한 답이 아니라, 질문의 형식으로 제시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유예, 혹은 아직 다 말해지지 않은 실체를 가만히 둔다. 형상은 명료화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저 ‘다시 보는 행위’를 천천히 발효시킨다.

▲ 전시 전경 / 사진: 정서원 제공
▲ 전시 전경 / 사진: 정서원 제공


이런 맥락에서 형상은 과거의 해법이 아니라 지금의 시선이 필요로 하는 균형감처럼 느껴진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 많은 이미지를 접하지만, 정작 세계를 천천히 보는 일에는 서툴다. 형상은 느린 시선, 불확실함을 견디는 눈, 이름 붙이기 전에 머무는 시간을 요청한다. 그것은 회피가 아니라 감각의 윤리일지도 모른다. 이것이 무엇인지 단정하기 전에 먼저 느껴야 한다고 말하는 것 말이다.

형상이란 현실을 재현하거나 도피하는 장치가 아니라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남는다. 그 관계는 종종 불완전하고, 모호하고, 분명히 말할 수 없지만, 그 모호함이야말로 감각의 시작점일 수 있다. 형상은 이미지를 통해 세계를 완성해주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다시 바라보도록 한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어떤 예술은 설명이 아니라 머무름을 남긴다. 이 전시는 그런 예술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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