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출한 2026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내년도 국세감면액은 80조5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전년(76조5000억원) 대비 4조1000억원(5.3%) 증가한 수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보다 1조원 많은 81조5000억원으로 추정해 정부 전망을 소폭 상회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추계 기준 국세감면율은 16%로, 법정한도(16.5%)를 0.5%포인트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세감면액은 △2022년 63조5000억원 △2023년 69조8000억원 △2024년 70조5000억원 △2025년 76조5000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이어왔다. △2026년에는 8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세법상 법정한도를 지켰음에도 실질적 조세지출 총량 관리 성과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세감면율 산정 방식상, 법정한도는 직전 3년 평균 감면율에 0.5%포인트를 더한 값으로 설정되는데, 올해 기준 한도는 16.5%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 전망보다 소득세 감면 규모를 크게 본 점이 차이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험료 특별소득공제 및 특별세액공제 △국민건강보험 사용자부담금 비과세 등 소득세 상위 3개 항목의 조세지출이 총 16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정부 추정보다 약 6000억원 많은 수준이다.
2026년 총 재정지출(조세지출+재정지출)은 808조5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조세지출 비중은 10%를 차지한다. 이는 2017년(8.9%)보다 1.1%포인트 확대된 수치로, 조세지출이 재정지출과 유사한 규모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12대 정책 분야 중에서는 △보건·복지·고용 △농림·수산·식품 △산업·중소기업·에너지 △R&D 등 4대 분야가 전체 조세지출의 86.4%(69조6000억원)를 차지했다. 사실상 조세감면의 상당 부분이 복지·산업·기술 분야에 집중된 셈이다.
현행 조세지출예산서에는 중·저소득자(근로소득 8700만원 이하)와 고소득자 구분만 제시돼 있어, 세제 혜택이 실제 어느 소득층에 귀착되는지 세부 파악이 어렵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조세지출이 본래 목적에 맞게 운용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선 소득규모·소득분위별 수혜자 정보를 세분화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 구간별 감면 효과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면, 정책효과의 불균형이나 역진성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조세지출예산서가 정비 현황과 계획을 충분히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2025년 일몰이 도래하는 조세감면 항목 중 6회 이상 반복 연장된 비율은 건수 기준 36.6%, 감면액 기준 71.2%에 달했다. 즉, 제도적 ‘일몰제’가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성과평가제도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예비타당성평가 면제 사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고, 제도개선이나 일몰 종료 권고가 심층평가 결과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면제 항목에 대한 사후관리 강화 △효과성이 낮은 제도에 대한 폐지·축소 권고 반영률 제고 △정비·운용계획의 구체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3년간 정부의 조세지출 전망오차율은 2021년 △0.8%, 2022년 △5.9%, 2023년 △1.1%, 2024년 9.1%로 등락이 심하다. 그러나 예산서에는 개별 항목의 전망방법이나 산출 근거가 공개되지 않아, 오차 원인을 외부에서 점검하기 어렵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조세지출 전망오차가 확대된 항목에 대해 전망방식 공개 및 외부 점검 강화, 과거 전망 대비 결과를 분석한 조세지출결산서 작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세감면율은 법정한도(16.5%)를 지키고 있으나, 조세지출의 구조적 확대와 관리체계의 실효성 저하가 심화되고 있다. 일몰제의 유명무실화, 성과평가 미반영, 예비타당성평가 면제의 남용 등으로 인해, 조세특례가 ‘한 번 늘어나면 줄지 않는 구조’로 고착되는 실정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날 “조세지출 관리의 투명성과 정확성을 높이고, 구조적 확대에 따른 재정 부담을 통제할 실효적 개선책이 필요하다”며 “항목별 추정 방식 공개와 정보 제공 방식 개선을 통해, 조세지출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국민과 국회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동하 국회예산정책처장은“이번 분석 보고서가 2026년도 예산안 및 세법개정안 심의 과정에서 실질적인 참고 자료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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