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의 인기가 급등하자 이를 겨냥해 '서울(Seoul)·엄마(Umma)' 등 한국적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해외 화장품 브랜드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 상당수가 한국에서 제조·유통되지 않음에도 정통 K-뷰티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져 해외 소비자가 제품의 국적과 품질 출처를 혼동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비판을 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총 36억달러(약 5조1375억원)로 같은 기간 미국의 수출액인 35억7000만달러(5조940억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이 인기를 얻자 브랜드 명에 '서울', '엄마' 등을 넣어 K뷰티 이미지를 강조하는 브랜드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서울 수티컬스(Seoul Ceuticals)'는 미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킨케어 브랜드다. 이름에 'Seoul'을 넣어 K-뷰티 스타일을 강조하고 있다. 주로 스킨과 로션 등을 판매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한국식 스킨 케어'를 어필하고 있지만 이 제품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제조된다. 판매처 역시 아이허브, 아마존 등에서만 구매할 수 있으며 공식 판매처가 없는 국내에서는 해당 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수 없다.
지난해 9월 새롭게 론칭된 '올리비아엄마(Oliviaumma)'는 K뷰티의 과학적 효능과 순한 성분을 사용해 '전 세대용 스킨케어'를 표방하는 브랜드다. 이름에 '엄마'라는 한국어가 들어가 한국적인 정체성과 친근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 역시 미국에서 론칭한 해외 브랜드다. 론칭된 이후 약 1년 만에 북미 세포라의 '액셀러레이트 브랜드'로 선정될 만큼 현지에서 유망주로 인정받고 있는 브랜드다.
이처럼 K뷰티의 명성에 힘입어 해외 브랜드들이 브랜드명에 '서울'이나 '엄마'와 같은 한국적인 이미지를 활용하는 전략은 이제 단순한 마케팅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의 노골적인 한국 이미지 차용이 한국 소비자뿐만 아니라 한국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해외 소비자들까지 혼동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남지은 씨(31·여)는 "화장품 이름에 '서울', '엄마'와 같은 한국어가 적혀 있어 당연히 한국 제품이라고 생각했는데 미국에서만 판매되는 브랜드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남 씨는 "한국 제품에 익숙한 한국인조차 오해하기 쉬운데 외국인들은 더 쉽게 속을까 걱정된다"며 "K-뷰티의 인기 비결은 저렴한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 때문인데 혹시라도 해당 브랜드 제품을 사용한 이후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한국 제품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오해가 생길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홍콩에서 온 알렉스 씨(41·여)는 "한국 화장품을 좋아해서 이번 여행 중 마스크팩이랑 로션 등 여러 가지 제품을 구매했는데 '서울슈티컬스'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어 "워낙 한국 제품을 자주 사용하다 보니 새로운 한국 브랜드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한국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이러한 해외 브랜드의 한국적 이미지 차용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서울'은 한국에서 상징성이 강한 지명인만큼 소비자는 해당 제품이 한국에서 제조된 정통 K뷰티 제품이라고 오인하기 쉽다. 특히 한국과 무관한 해외 기업의 제품일 경우 이는 소비자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해외 모방 브랜드 제품에서 부작용 혹은 미흡한 효능과 같은 품질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는 그 원인을 '한국산 화장품' 전체의 문제로 오해할 수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K뷰티의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
또한 위조품 문제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최근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시장에서 위조품이 유통되고 있다. '서울슈티컬스'처럼 한국적인 이름을 사용하는 해외 모방 브랜드의 등장은 소비자들이 정품 K-뷰티, 위조품, 그리고 해외 모방 브랜드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이를 막을 수 있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K뷰티의 높은 인기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이지만 이를 완전히 막을 뾰족한 방법은 없다"며 "그럼에도 해외 소비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우리나라 제품임을 명확히 표시하거나, 국산 제품이 아님을 알리는 형태의 광고나 홍보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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