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았던 남창희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남 대표는 취임 이후 다양한 혁신 전략을 내세우며 실적 반등을 시도했지만 시장의 기대만큼의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밸류업(Value-up·기업가치 제고)' 추진이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31일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9.3% 감소한 수준이다. 매출은 6525억원으로 4.9% 줄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부가가치세 환급 등 일회성 요인으로 기저효과가 발생한 것을 실적 하락 원인으로 지목했다.
롯데하이마트의 실적은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2022년 12월 취임한 남 대표가 2023년 실적을 단기적으로 상승시켰지만 이후 또다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도별 롯데하이마트 영업이익은 △2021년 1068억원 △2022년 –520억원 △2023년 82억원 △2024년 17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남 대표는 취임 이후 실적 회복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시도했다. 첫해에는 가전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고, 관리 서비스 '케어십'을 강화했다. 올해 4월에는 1인 가구를 겨냥한 자체 브랜드 '플럭스(PLUX)'를 출시했다. 또한 매장 수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병행하며 효율화에 나섰다.
다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남 대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대표 내정 발표 당시인 12월15일 1만3000원대에서 31일 기준 7700원까지 40%나 하락했다. 실적 회복과 주가 부양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소액주주 김승호(50·가명) 씨는 "혹시나 이번 3분기 실적을 기대했는데 매우 실망스럽다"며 "일회성 요인을 언급한 것도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액주주 이승준(36·가명) 씨는 "2022년 1만7000원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더 떨어질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주가 1만원선이 붕괴됐을 때 굉장히 충격을 받았는데 지금은 상태로는 6000원대로 하락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를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고 있는데 롯데하이마트만 제자리걸음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는 4100원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상장사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 벨류업 정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11월 벨류업 계획을 공시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 성과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롯데하이마트는 'CEO 밸류업 컨퍼런스'를 통해 매출 역성장을 극복하고 2029년까지 매출 2조8000억원 이상, 영업이익 1000억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고객 평생 케어 '하이마트 안심케어' △일상가전 PB '플럭스(PLUX)' △고객 경험 강화 △온·오프라인 통합(ON·OFF 경험 일체화) 등 네 가지 핵심 전략을 내세웠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략이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전 구독 서비스의 경우 이미 다른 경쟁사들도 모두 도입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안심 케어서비스 강화 및 상품 다양화 또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뿐이다"며 "그나마 PB 상품 플럭스가 경쟁력이 있지만 중국발 저가 가전들과 비교해서 가격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롯데하이마트의 벨류업 전략이 소비자 중심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통기업의 가치는 결국 소비자 만족에서 비롯된다"며 "최근 유통업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만큼 롯데하이마트 역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누계 기준 실적이 흑자로 전환되는 등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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