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 미혼모, 해외소득 미신고, 아빠찬스…부자들의 혈세복지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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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상 미혼모, 해외소득 미신고, 아빠찬스…부자들의 혈세복지 활용법

르데스크 2025-10-31 15:52: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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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소·혼인·소득 등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은닉하거나 위조해 혈세를 빼먹는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세금 약탈이나 다름없는 행위의 주체가 거액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높은 소득을 기록 중이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대부분 정부가 단순 행정 확인만으로도 잡아낼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행정 편의주의, 공무원 직무유기 등의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을 활용한 고차원의 검증 시스템 도입과 이행이 아닌 검증 중심의 정책 수행 평가 등의 방안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미혼모 해외 사모님, 기초생활수급자 사장님, 실업급여 받는 금수저 등 '세금 루팡' 기승

 

유학 중 만난 영국인 남편과 2022년 결혼해 이듬해 출산까지 한 김지윤(여·36·가명) 씨는 영국에선 혼인신고를 하고 번듯한 가정을 꾸렸지만 국내에선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출산 후 한국에서 딸의 출생신고를 진행했으나 남편 정보는 고의적으로 누락시켰다. 국내 전산시스템 상 김 씨는 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를 둔 미혼모로 분류됐다. 김 씨가 결혼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긴 이유는 미혼모가 받는 '한 부모 가정' 복지 혜택 때문이다.

 

김 씨는 '한 부모 가정' 자격 유지를 위해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서울의 부모 집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국내법상 '국내 거주자'로 인정받는다. 국내 복지제도는 '국내 거주자'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한 부모 가정'은 소득·재산 기준을 충족할 경우 매월 아동양육비(25만원), 양육수당(20만원), 아동수당(15만원) 등 다양한 현금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출산장려금, 주거급여, 건강보험료 감면 등 부가적인 혜택도 뒤따른다. '한 부모 가정' 혜택으로 국가로부터 받는 월 수당만 최소 60만원에 달한다.


▲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혈세 지원금을 빼먹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한부모가족 대상 국가 양육비 지급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김 씨는 "영국에서 계속 살 생각이어서 혼인신고도 영국에서만 했다"며 "한국에서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한 부모 가정으로 분류되면서 각종 지원금과 혜택을 받게 됐다"고 귀띔했다. 이어 "월 수령액이 약 60만원이고 건강검진과 교통비 지원 등을 합치면 월 100만원 이상 혜택을 받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부모님 집을 주소지로 지정해 국내 거주자로 분류된 것 같다"며 "정부에서 문제 삼지 않는 한 '한 부모 가정' 지위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20년째 프리랜서 산업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적지 않은 돈을 벌고 있는 표남성(60·남·가명) 씨는 국내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돼 생계급여를 받고 있다. 해외 근로소득을 국내에 신고하지 않아 '무소득자'로 분류된 결과다. 해외 근로소득은 자진신고제 대상이라 신고하지 않으면 전산 상 소득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표 씨는 모든 금융거래를 이탈리아 현지 계좌로 처리한다. 표 씨의 주민등록상의 주소는 국내에 거주하는 누나 집으로 등록돼 있다. 덕분에 표 씨는 지난해 2인 가구 기준인 월 117만원의 생계급여를 받았다. 표 씨의 누나도 연금 외에는 따로 수입이 없어 무소득자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표 씨는 "이탈리아에서 사업한 지 20여년이나 지나 한국에 집은 없다"며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누나 집에 머물었고 서류상 주소지가 필요해 가족 중 나만 누나 집으로 주민등록을 옮겼는데 나도 모르게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송금 절차가 번거롭고 큰 돈도 아니라 누나가 생활비로 쓰고 있다"며 "한국 방문 시 무료로 숙식 제공받고 남매가 사이가 돈독해진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 해외 거주시 신원 및 재산 확인이 불투명한데도 불구하고 복지 수급자 자격이 부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사진은 인천공항 터미널 전경. [사진=연합뉴스]

 

연매출 수백억원대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둔 이른바 '금수저' 자녀가 가족 회사를 통해 실업급여를 받은 사례도 있다. 이승호(30·남·가명) 씨는 취업 준비 기간 동안 서류상으로만 아버지 회사에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며 실업수당을 수령했다. 실제 근무하지 않았지만 급여 명목으로 최저임금 수준의 금액을 용돈처럼 받았다. 실업급여 요건이 충족된 후엔 '형식적 해고'를 통해 매월 약 95만원 상당의 실업수당을 수령했다.

 

이 씨는 "취업준비 기간 총 두 번에 걸쳐 같은 방식으로 실업급여를 받았다"며 "서류상 근무 기간 동안 받는 월급은 일정 용돈을 제외하고 다시 부모님께 돌려드렸고 실업급여의 경우 온전히 내가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업급여를 두고 말들이 많지만 여전히 주변에는 꼼수를 써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며 "공무원들이 꼼꼼히 확인하지 않는 이상 국가 복지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전략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금만 의심하고 잠깐 확인하면 드러나는 거짓말들…"공무원 기강해이, 허술한 검증 원인"

 

소득을 은폐 또는 축소하거나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혈세 복지 혜택을 누리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해외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것은 국세기본법 위반으로 사실상 탈세에 해당하며 고의성 여부에 따라 최대 징역 5년 또는 수억원의 벌금형이 부과될 수 있다. 혼인신고를 고의로 누락한 경우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 대상이다.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실업급여를 수령하는 행위 역시 고용보험 부정수급으로 간주돼 전액 환수 대상으로 분류된다.

 

▲ 전문가들은 실업급여 허위 수령의 경우 공무원들의 모니터링 강화만으로도 부정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신청 창구.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혈세 복지 악용 사례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부정 수급을 확인하기 어렵거나 또는 확인할 시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소득과 재산이 해외에만 있는 경우 국내 기관에서 파악하기 어렵다. 국제 금융정보 교환제도(CRS)를 통해 해외 금융정보를 공유할 수 있지만 장기체류자가 현지 거주자 등록을 했을 경우 제보 외엔 현상 자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양국에 모두 거주지를 두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닌데 국내 제도상 주민등록상 주소지만 확보돼 있으면 '거주자'로 인정돼 복지 혜택 수급 자격이 부여된다. 공무원이 직접 주소지에 방문하면 곧장 확인 가능하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드물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법상 거주자는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를 둔 사람을 의미하며 해외 체류가 장기화돼도 가족이나 재산이 국내에 있으면 거주자로 간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영국에서의 체류기간이 길다는 점과 자녀를 낳았다는 점을 감안해 영국 내 혼인신고 기록 여부만 확인하면 곧장 결혼여부 확인이 가능해 복지 혜택을 중단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를 확인하는 경우는 드물다. 실업급여 부정수급 역시 같은 회사에 취업과 퇴사를 반복하는 경우만 따로 분류돼 실사를 하거나 대표자와 수령인의 인적사항 확인만 하면 곧장 확인이 가능하지만 이 또한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해외의 복지 혜택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점검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미국 국세청(IRS)은 세금 관련 사항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역시 도시별로 차이가 있지만 기초생활수급자 가구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확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복지시스템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과 일선 공무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윤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지원 시스템은 사회안전망이지만 도덕적 해이 문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며 "부정 수급을 방지하기 위해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인력 증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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