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사단법인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KBIPA)가 30일 AMC타워 엘뱅크랩스에서 개최한 'Web 3.0 리더스 포럼'에서 AI 에이전트 시대의 기업 전략이 집중 조명됐다.
이날 박효진 세종디엑스 대표가 발표한 'AI 특이점 시대, 기업의 성공전략' 보고서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던 챗GPT 수준을 넘어 AI가 스스로 추론하고 계획을 세워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CES 2025 기조연설을 인용하며 "AI 기술은 2012년 알렉스넷 이후 음성 인식 중심의 인식 AI에서 출발해 콘텐츠를 생성하는 생성형 AI를 거쳐 현재는 스스로 의사결정하는 에이전틱 AI 단계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에이전틱 AI는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업무를 분해하고 필요한 도구를 선택해 실행하며 결과를 평가해 개선하는 전 과정을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자동 재고 관리, 전략 보고서 생성, 영상 제작 같은 복잡한 업무를 AI가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장밋빛 전망과 거리가 있다. 맥킨지가 2024년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기업의 92%가 향후 3년간 생성형 AI 투자를 늘릴 계획이지만 AI 투자가 성숙 단계에 이르렀다고 답한 기업은 단 1%에 불과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이다. 생성형 AI를 적용하는 기업 중 77%가 AI가 거짓 정보를 생성하는 문제로 도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AI 에이전트 도입의 성패가 데이터와 맥락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박 대표는 "에이전트 시대에도 여전히 'Garbage in, Garbage out(입력 데이터 분질이 낮으면 결과의 품질도 낮을 수밖에 없다)' 원칙이 적용된다"며 "해결해야 할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에 맞게 데이터를 통합한 후 AI를 결합해야 도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단순히 프롬프트를 잘 작성하는 수준을 넘어 LLM(대규모 언어 모델)이 받아들이는 정보 입력 전체를 시스템적으로 최적화하는 것이다.
일부 선도 기업들은 이미 AI 에이전트를 성공적으로 도입했다.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는 분산된 데이터를 온톨로지라는 독자적 방법론으로 재정비하고 워크플로우 로직에 결합해 AI 기반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을 구축했다. 미국 자동차 제조사 GM은 공장 내 로봇들의 센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실시간 전송해 AI가 학습하도록 했다. AI 모델은 정상 패턴과 고장 패턴을 구분해 초기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구체적인 경고를 관리자에게 전달한다.
국내에서도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다. KT는 약 10만건의 소송·계약·자문 데이터를 학습시킨 도메인 특화 AI를 법무 시스템에 도입해 소송 사건 관리 처리 시간을 50% 이상, 계약서 검토 소요 시간을 30% 이상 단축했다.
미국 밴더빌트대학교 메디컬센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DAX Copilot'을 도입해 진료실 대화를 실시간 녹취하고 AI가 차트 초안을 자동 작성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의사들의 근무 시간 외 기록 업무가 감소하고 환자당 진료 처리량이 늘어났다.
세종디엑스가 개발한 '트롤리AI'는 챗GPT, 클로드, 제미니 등 최신 AI 모델 8종을 통합 운용하면서도 API 연동을 통해 고객 데이터를 외부에 저장하지 않는 보안 구조를 갖췄다. 사내 규정 150여개, 관련 법규 100여개 등 내부 문서를 학습해 최적화된 답변을 제공하면서도 AI 학습에 원본을 사용하지 않고 외부 유출을 원천 차단한다.
딜로이트가 2024년 실시한 조사를 보면, 생성형 AI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중 생산성 향상이 34%로 가장 높았다. 국내 기업의 생성형 AI 도입률은 2023년 약 14%에서 2024년 약 35%로 증가했다.
박 대표는 "AI 에이전트의 본질은 데이터와의 결합"이라며 "업무 단위별로 AI를 도입하면 기업 전체 생산성 향상이 어렵고 조직 간 사일로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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