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9년째를 맞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개정 논의에 들어갔다.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개정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제도 실효성 강화 논의에 불이 붙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는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기업 경영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권고적 주주제안'의 토대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이행 여부를 평가할 점검 제도가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조만간 민간·학계 관계자들과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작업을 추진하겠다"며 "범위와 적용 대상을 다시 점검하고 이행 점검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지도 함께 살피겠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가 주주로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기업 가치와 장기 수익률 제고를 도모하고 이를 국민, 고객에게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행동 지침이다.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6년 12월 제정 이후 9년 간 개정된 적이 없어 자산군 확대, 지속가능성 요소 반영 등 시장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형식적 절차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에 실효성 제고를 위해선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에 '권고적 주주제안'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고적 주주제안이란 주주총회에서 표결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는 결의를 말한다. 이사회와 경영진에게 특정 정책이나 공시, 계획 수립 등을 권고는 하지만 주총에서 가결돼도 구속력은 없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주요국은 이미 주주제안으로 구속력이 없는 권고적 제안을 허용하고 있어 기업 현안에 대해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이는 이사회 권한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주주와의 소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지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해외에서 제출된 권고적 주주제안 상당수가 기후, 인권, 자본구조 등을 주제로 한다"며 "실제로 통과되지 않더라고 기업의 정책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다만 국내는 주주제안이 주총 승인사항에 한정돼 상법상 인정되지 않고 있다. 상법 제363조의2에 따르면 주주제안을 주총 권한 사항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이사회는 주총 결의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있다.
아울러 이행 점검 제도도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시 고려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기관 수는 올해 4월 기준 242개로 크게 증가했지만 참여기관의 코드 이행 여부를 심사하거나 감독하는 기구와 절차가 없다.
박상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3차 개정까지 마친 영국의 경우 이행 점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2016~2019년에는 등급별로 구분해 공개했으며 2020년부터는 매년 재무보고위원회(Financial Reporting Council·FRC)가 기관의 보고서를 심사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활동이 확보된 경우에만 공식 서명기관으로 인정하고 있다.
일본도 금융당국이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활동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활동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며 "지난 5년 간 활동 대상 기업이 120곳 수준으로, 실질적으로 비공개 대화나 중점 관리 대상이 되는 기업은 연 40개 정도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또"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들이 연대활동을 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고 대체투자나 사모펀드 분야에서도 스튜어드십 활동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금융위원회와 산하기관이 이런 활동을 제대로 점검·평가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억원 위원장은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점검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개정 과정에서 이행 평가 제도 도입 여부를 함께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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