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경주)=고예인 기자 | 삼성전자가 글로벌 AI 패권의 최정점에 또 한 번 이름을 올렸다. 엔비디아와 손잡고 ‘반도체 AI 팩토리’ 구축에 나서며 제조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집는 게임 체인저를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31일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이를 국내외 주요 생산 거점으로 확대해 글로벌 제조 산업의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십년간 축적한 반도체 제조 노하우에 엔비디아의 GPU 기반 AI 기술력을 결합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정밀 공정을 현실화한다는 계산이다.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인 생산라인에 인공지능(AI)을 완전히 이식해 회로 설계부터 양산까지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지능형 공장’을 구현한다는 청사진이다. 두 회사의 협업은 차세대 반도체 제조 패러다임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 기업으로서의 제조 역량과 엔비디아의 GPU 기반 AI 기술력을 결합해 반도체 설계에서 양산까지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공장’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수년간 5만개 이상의 엔비디아 GPU를 투입해 대규모 AI 인프라를 구축한다. 엔비디아의 Omniverse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트윈 제조 환경에서는 수천억 개의 데이터를 시뮬레이션하고 생산라인의 모든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한다. 공정 오차를 예측하고 미리 교정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판단해 ‘문제를 사전에 제거하는 공장’으로 진화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개발 주기를 단축하고 제조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 초격차 메모리 동맹, 글로벌 AI 경기의 중심에
이번 협업은 단순한 시스템 개선이 아닌, 반도체 기술 주도권 재편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AI 팩토리 구축과 함께 엔비디아에 HBM3E·HBM4·GDDR7·SOCAMM2 등 차세대 메모리와 파운드리 서비스를 폭넓게 공급한다.
특히 HBM4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에 4나노 로직 공정을 결합해 11Gbps 이상의 속도를 구현, AI 연산 환경의 병목을 근본적으로 해소한다. 초고대역폭과 저전력 성능으로 무장한 이 메모리는 엔비디아의 AI 플랫폼 성능을 완전히 끌어올리는 핵심 부품이 된다. 초고대역폭과 저전력 특성을 갖춘 HBM4는 대규모 AI 연산 환경에서 핵심 경쟁력을 제공할 전망이다.
삼성은 이미 글로벌 고객사 전체에 HBM3E를 공급하고 있고, HBM4 샘플 출하도 완료했다. 급증하는 수요에 대비해 평택·테일러·시안 등 주요 거점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양산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생태계의 중심에 ‘삼성-엔비디아’ 동맹이 있다. AI 연산의 물리적 토대를 엔비디아가 설계한다면 그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는 존재는 바로 삼성 메모리다.
삼성은 엔비디아의 쿠리소(cuLitho), CUDA-X 기술을 일부 공정에 이미 도입해 미세회로 시뮬레이션 속도를 20배 이상 끌어올렸다. 옴니버스 기반 디지털 트윈에서는 생산 설비의 이상 진단과 공정 시뮬레이션을 가상공간에서 즉시 검증하며 현실의 위험 없이 수율을 높이는 새로운 제조 모델을 완성했다. 반도체 생산방정식의 중심축이 ‘인간의 손’에서 ‘AI의 계산’으로 이동한 순간이다.
◆ 글로벌 제조 헤게모니, 삼성표 AI 생태계로
삼성은 이번 AI 팩토리 프로젝트를 한국을 넘어 미국 테일러, 유럽, 동남아 핵심 생산 허브로 확장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지능화·효율화를 동시에 추진한다. “AI 인프라의 스탠더드를 삼성이 주도하겠다”는 선언은 곧 글로벌 공급망의 주도권 경쟁으로 이어진다. AI 팩토리는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궁극의 제조 솔루션이자 각국이 추구하는 ‘첨단 제조 주권’의 핵심 기술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삼성의 내부 제조혁신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팹리스, 장비, 소재, EDA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해 AI 중심의 국가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스마트공장 3.0’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 공장을 AI 및 데이터 기술로 고도화하는 지원 프로젝트도 병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국가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견인하고 국내 산업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한층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AI 팩토리 구축은 동시에 로보틱스, AI 모델, 통신 기술에서도 확장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GPU 기반의 대형 메가트론(Megatron) 언어 모델을 개발했으며 이를 활용해 다국어 번역, 요약, 대화 응용 등 인공지능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켰다. 또 엔비디아 RTX PRO 6000 블랙웰 서버 플랫폼을 활용해 자율형 로봇 기술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로봇 데이터와 가상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연결하는 로봇 AI 네트워크를 구축해 휴머노이드 로봇이 현실 공간에서 자동 판단과 학습을 수행하도록 지원한다. 또한 엔비디아 젯슨 토르(Jetson Thor) 플랫폼을 기반으로 작업 제어와 안전성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양사는 통신 분야에서도 ‘AI-RAN(지능형 기지국)’ 기술 공동 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AI-RAN은 지능형 통신망을 기반으로 로봇, 드론, 산업 자동화 장비 등이 실시간 데이터 처리와 제어를 수행하게 하는 필수 인프라다. 지난해 검증 프로젝트에 성공한 양사는 이번 협정을 통해 AI 기반 통신 생태계도 확대한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협력은 약 25년에 걸친 기술 동맹의 결정체다. D램 공급에서 시작된 파트너십은 파운드리와 AI까지 확장되며 ‘AI 반도체 동맹’으로 진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AI 분야 한 전문가는 "세계가 AI 시대로 향해 가는 지금 인공지능의 두뇌를 설계하는 엔비디아와 그 두뇌가 탑재될 반도체를 빚어내는 삼성이 함께 만들어낼 거대한 시너지가 ‘AI 반도체 제국’의 문을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AI 팩토리 프로젝트는 25년 협력의 결실이자, 글로벌 반도체 제조의 새로운 기준을 여는 상징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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