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건설업계 전반이 전례없는 위기다. PF 자금경색과 우발채무에 더해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으로 불황터널을 극복하기 쉽지 않아보인다.
올해만 해도 신동아건설(시공능력평가 58위), 삼부토건(71위) 등 이름 있는 중견건설사들마저 대거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9월까지 문을 닫은 종합건설사는 468곳에 달한다.
다만 최근 신동아건설이 9개월만에 조기회생에 성공하면서, 앞서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영건설에 이목이 집중된다.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입지의 1군 대형건설사 태영건설은 PF위기로 지난 2023년부터 회생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조기졸업을 목표로 자산 매각과 수주에 열을 올리며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뉴스락>뉴스락>은 태영건설을 긴급 진단했다.
부채비율 917.9%...미수금·소송 리스크에 수익성 개선도 '과제'
태영건설이 공격적인 수주행보를 보이며 곳간을 채워나가고 있지만, 건설 경기 침체 속에서 실적개선으로 좀처럼 이어지지 않고 있다.
<뉴스락> 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태영건설 사업보고서를 분석해보니, 지난해 영업이익은 2020년과 비교해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뉴스락>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206억원으로 2020년 2509억원에 비해 91.78%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도 453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36.98% 하락했다.
공사·분양 미수금도 2020년 134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693억원으로 늘어나 불확실성도 커졌다.
태영건설은 부동산 호황기에 민자사업·복합개발·리조트·도심개발 등 PF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2022년 래고랜드 사태 이후 PF가 경색되면서 태영건설이 추진하던 사업장들의 운영자금이 막혔다.
결국 2023년 12월 만기였던 PF대출 420억원 상환에 실패하며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같은 해 4045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 위기가 심화됐다.
PF부실과 금융비용 증가, 일부 사업장 공사 지연, 공사·분양 미수금과 추가비용 발생 등이 손익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1133억원의 순적자를 기록하면서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5514억원에서 4415억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자본총계 축소와 자본잠식 위험 가능성을 높이며, 채권자가 재무 안정성을 낮게 평가할 경우 대출이나 투자 조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소송으로 인한 우발채무도 부담을 가중한다.
상반기 말 기준으로 하자보수청구소송 등 82건의 소송사건과 관련해 1623억원의 소송가액으로 피소돼, 소송결과가 예측되는 건에 대해 440억원 가량을 충당부채로 설정했다.
부채비율은 2023년 1154.2%에서 2024년 521%로 감소했다가 2025년 상반기 917.9%로 다시 치솟았다. 워크아웃 졸업 이후에도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옥 매각 '신뢰도 논란'...TY홀딩스 워크아웃 조기목표 말뿐?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있는 태영건설이 부채 상환을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신뢰 부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태영건설은 자사 사옥을 2251억원에 매각하며 공시를 통해 "부동산 PF 부실과 차입금 증가로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현금 확보를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주사인 TY홀딩스가 건물 지분 50%를 매수하면서, 시장에서는 워크아웃 의지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채권단은 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 36%를 매각해 부채를 상환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지분 매각만으로는 태영건설의 부채를 충분히 상환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SBS지분 매각을 위해서는 공영방송 특성 상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적합한 매수자를 찾는 과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신뢰도 문제는 자산 매각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태영건설이 공시 위반 1위 건설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TY홀딩스와 계열사 간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태영건설이 채권단의 신뢰를 회복하고 재무 구조를 정상화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공공공사 수주·PF 사업장 정리 ‘속도‘...워크아웃 조기졸업 향방은
총 60개에 달하는 PF사업장을 계속사업과 정리 사업장으로 구분해 이 중 36개 사업장은 준공, 계속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나머지 16개는 이미 준공을 마쳤으며 이후 남은 14개 사업장은 시공사 교체 또는 청산 절차를 밟고 있으며, 그중 7곳은 정리 완료했다.
지난 7월 말 태영건설은 전체 PF 사업장의 약 40%가 준공 또는 청산을 완료한 상태다.
최근에는 의정부 오피스텔 PF 사업장을 정리하고 보증채무로 143억 원을 출자 전환해 재무구조 안정화를 노렸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에코비트(2조700억원), 블루원 골프장(1956억원), 서울 여의도 사옥(2251억원) 등 핵심 자산을 매각했다. 이 외에도 SK에코플랜트, 한일시멘트, 삼양사 등 주식을 처분하며 재무 부담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주 확보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 워크아웃 이후 의정부 장암 6구역 정비사업을 수주했고, 올해 과천 우면산간 도시고속화도로 지하화공사 실시설계 적격자로 태영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광명시흥 B1-3블록, S1-10블록 민간참여 공공주택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공공공사 프로젝트 계약도 따내고 있다.
아울러 태영건설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 시공능력평가'에서 전년보다 견조한 실적을 보이며 19위를 재탈환했다. 워크아웃 직전 24위로 하락했다가, 2년만에 20위권 안에 안착했다.
다만 한 업계관계자는 "현재 태영건설은 부채비율이 높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위축된 분양경기 때문에 분양을 통한 수익 확보가 흐릿해진 상황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졸업 시기가 더뎌질 수 있는 변수"라고 평가했다.
◇ 윤세영 태영그룹 명예회장은...
윤세영 태영그룹 명예회장은 1961년 대학 졸업 후 이동녕 민주공화당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봉명그룹과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거쳐 1973년 태영건설을 창업했고, 관급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수주하며 회사를 키워왔다.
1990년에는 SBS를 창립하고 초대 사장에 취임했다.
2019년 3월 아들 윤석민 부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주고 명예회장에 올랐다.
그러나 승계 직후 소유·경영 분리 약속을 어기고 SBS 미디어홀딩스와 TY홀딩스 합병을 추진하는 등 비판을 받았다.
2023년 12월 TY홀딩스 대표이사로 경영권에 복귀했다.
태영건설이 재무 위기 상황에서 워크아웃을 신청한 뒤, 2024년 1월 3일 채권단 앞에서 직접 나서 워크아웃을 받아줄 것을 호소할 만큼 태영건설에 애정이 깊다.
그러나 사재 출연이나 SBS 매각은 자구계획에 포함되지 않아 채권단 반응은 냉랭했으나, 추가 자구계획 공개 후 워크아웃 절차가 승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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