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입구에는 입장하려는 관람객들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단체 학생들부터 외국 바이어, 식품업계 관계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몰리며 활기가 넘쳤다.
올해로 20회를 맞은 '푸드위크 코리아'는 42개국 950개 사가 참여해 1532개의 부스를 꾸렸다. 주제는 ‘FOOD RE:DEFINED(푸드 리:디파인드) 식탁:혁명’. 단순한 식품 전시를 넘어 기술과 혁신을 접목한 새로운 식문화의 방향을 제시했다.
10분이면 원산지 판별... 돼지고기 원산지 검사 키트
수많은 부스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 곳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시험연구소'였다. 다른 부스들이 각종 시식 제품과 화려한 홍보물로 채워진 것과 달리, 이곳은 단정하게 꾸며진 테이블 위에 고기 모형과 소형 키트 몇 개만 올려져 있었다.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관람객을 맞이하며 조용히 설명을 이어갔다.
연구원은 “이 키트로 돼지고기의 원산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법은 간단했다. 돼지고기를 소량 채취해 시료 점적 부위에 접촉한 뒤 용액을 떨어뜨리고 약 10분만 기다리면 결과가 표시된다. 국내산이면 두 줄, 외국산이면 한 줄이 나타난다. 다만 제주산 돼지고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기술은 돼지열병 백신 접종 여부를 근거로 한다. 국내산 돼지는 백신 접종으로 항체가 형성돼 있지만, 외국산 돼지는 그렇지 않다. 겉모습이나 색깔로는 원산지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이 키트는 유통 과정에서 표시 위반을 막는 역할을 한다. 연구원은 “현재는 시중 판매용이 아닌, 유통사나 학교 등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보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체육 기술의 진화
식물성 대체육을 선보인 '에스와이솔루션' 부스도 발길을 붙잡았다. 관계자는 “콩 단백질만 사용하면 비린 향과 퍽퍽한 식감이 생기기 때문에, 저희는 버섯과 브로콜리 등을 배합해 고기처럼 부드럽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시식 코너에는 호기심 어린 관람객들이 줄을 섰고 한입 크기로 준비된 콩고기를 맛보니 질기지 않고 부드러웠다. 고기와 거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식감에, 옆에서 시식하던 관람객도 “이게 콩으로 만든 거 맞아요?”라고 물었다. 뒷맛도 깔끔해 부담 없이 삼켜졌다.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결착 기술을 통해 물을 머금은 콩을 단단하게 만들어 버섯과 채소를 이상적인 비율로 섞는다”며 “이 과정을 통해 기존 대체육의 질김과 향 문제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식물성 식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식물성 식품 규모는 21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3% 증가했다. 2025년에는 321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이 여는 K-푸드의 새로운 미래
‘FOOD RE:DEFINED(푸드 리:디파인드)’라는 주제처럼, 음식은 이제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신뢰를 담는 매개체로 확장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기술과 시도들은, K-푸드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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