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바이 태양광공원
두바이가 또다시 중동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UAE 중앙은행은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4%에서 4.9%로 상향 조정했다. 석유 의존도를 벗어나 금융·물류·관광·부동산 등 비석유 부문이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두바이는 2025년 1분기 GDP가 326억 달러(AED 1,197억)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 성장했다. 부동산, 보험, 관광, 물류 산업이 복합적으로 성장하면서 도시경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공급이 확대되는 한편, 투자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 올해 3분기에만 신규 주택 1만여 채가 공급됐지만, 거래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고급 주거단지와 장기 체류형 부동산 투자 프로그램이 외국인 자본을 끌어들인 결과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두바이 부동산이 과열기에 진입했다”고 경고한다. 유럽과 아시아 자본이 몰리며 가격 상승세가 빠르게 진행되자, 정부는 주택공급 조절과 건설 승인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경제성장과 부동산 안정의 균형이 향후 두바이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세계가 주목한 ‘AI 거버넌스 1위 도시’ 두바이
두바이가 다시 한 번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UAE 이민국(GDRFA·General Directorate of Residency and Foreigners Affairs)은 ‘세계 최고 수준의 AI 거버넌스 전략’을 구축한 기관으로 국제적 인정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행정 서비스 전반에 인공지능을 도입해 출입국 심사, 시민 행정, 기업 등록, 데이터 분석 등을 자동화하는 혁신 모델로 평가된다.
정부는 AI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윤리적 기준을 명문화함으로써 “기술의 통제 가능한 발전”을 강조했다.
셰이크 하마단 빈 모하메드 두바이 왕세자는 “AI는 두바이의 미래 행정의 언어가 될 것”이라며, 2030년까지 모든 공공 서비스의 70% 이상을 AI 기반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UAE 정부는 국민과 거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생성형 AI 공모전’을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UAE 기념주화를 디자인하고, 디지털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는 ‘국민이 기술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두바이식 디지털 민주주의 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의 재분배와 인도주의, 셰이크 모하메드의 철학
경제와 기술의 성장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은 두바이의 ‘기부·사회 환원 모델’ 이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 UAE 부통령 겸 두바이 통치자는 최근 47억 디르함(약 1조7천억 원) 규모의 영구 기금을 조성했다.
이 기금은 보건, 교육, 주거 등 인류의 기본 복지 향상에 쓰일 예정이며, 아랍권은 물론 아프리카·남아시아 국가의 빈곤층 지원에도 투입된다.
모하메드 통치자는 “진정한 부는 나눔에서 나온다”고 말해왔다.
그의 인도주의 철학은 국가의 브랜드와도 맞닿아 있다.
UAE는 ‘도시의 경쟁력’을 ‘인간의 품격’에서 찾는 독특한 개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1억 디르함(약 2,700만 달러) 규모의 국가 자원봉사 생태계 프로젝트도 출범했다.
시민·거주민·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플랫폼 형태로, 의료, 교육, 환경,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원봉사를 촉진한다.
국가 차원에서 자원봉사를 체계화한 것은 세계에서도 드문 사례다.
“우리는 기술로 도시를 발전시키지만, 사람으로 세상을 변화시킨다.”
셰이크 모하메드의 이 말은 UAE 사회정책의 방향을 가장 잘 요약한다.
에너지와 환경, 기후 리스크를 기회로 바꾸다
석유의 나라, 그러나 더 이상 석유에 머물지 않는 나라.
UAE는 에너지 전환과 기후 대응을 국가 전략의 최상위에 두고 있다.
2025년 기준, 전체 전력 생산의 3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목표 아래 두바이는 사막지대에 대규모 태양광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샤르자(Sharjah)에서는 최신 해양과학연구센터가 개소했다.
이 센터는 해양 생태계 보호, 미세플라스틱 저감, 수질 복원 연구를 담당하며 국제연구소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중동에서 보기 드문 해양기후 전문 연구기관으로, 아라비아만의 생태 균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한편, 국제 유가의 변동성은 여전히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UAE는 2015년부터 연료 가격을 시장 유가에 연동해 매달 조정하고 있는데, 2025년 11월 유가가 급등세를 보이자 서민경제 안정을 위한 유류보조 검토가 진행 중이다.
두바이는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대형 석유국이 스스로 탈탄소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단순한 전환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부국’으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세계 허브를 향한 도전, 두바이의 다음 10년
두바이 국제공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 중 하나다.
하루 평균 20만 명 이상의 승객이 오가며, 여객 수 기준으로 전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반 자동출입국 시스템이 도입돼, 여권을 제시하지 않아도 얼굴인식으로 통과할 수 있는 ‘패스트레인’이 운영 중이다.
국적항공사 에미레이트(Emirates)는 2025년 ‘세계 최고 국제항공사’로 선정됐다.
기내 서비스, 프리미엄 라운지, 지속가능 항공연료(SAF) 도입 등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에미레이트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 항공사로 전환을 선언했다.
두바이의 전략은 단순한 부의 축적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번영 모델의 구축이다.
도시 전체가 ‘디지털 허브이자 ESG 수도’로 변모하고 있으며, 금융과 기술, 문화, 관광을 아우르는 다층적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2030년 두바이의 비전은 명확하다.
“지속가능성, 혁신, 인류의 공존.”
이는 더 이상 슬로건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실천적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오일머니’의 신화를 넘어 ‘지속가능한 국가’로
한때 두바이의 성장은 석유 덕분이라는 비판이 따랐다.
그러나 지금의 두바이는 자원보다 인간·기술·가치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도시다.
AI, ESG, 자원봉사, 재생에너지, 인도주의
이 모든 키워드는 두바이의 다음 시대를 상징한다.
UAE는 이제 ‘부국’에서 ‘영향력 있는 국가’로 진화하고 있다.
경제, 사회, 환경,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모델을 통해 세계에 새로운 발전공식을 제시하고 있다.
셰이크 모하메드는 최근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만든 부는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만든 인간은 세상을 바꾼다.”
그 말처럼, 두바이의 실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것은 ‘석유 이후의 미래’를 향한 인류의 가장 대담한 도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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