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저작권 소송, AI 기업 ‘2대 1’ 승소… 뉴스·법률정보는 여전히 침해 위험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2025년 들어 생성형 AI 학습데이터를 둘러싼 저작권 소송에서 AI 기업들이 잇달아 승소하며, 법원의 판단이 ‘공정이용’ 쪽으로 기울고 있다.

반면 AI 검색 요약 기능으로 인해 언론사와 콘텐츠 기업의 트래픽이 급감하면서, 언론계는 저작권 침해를 넘어 반독점·상표권·크롤링 통제 등 다층적 법적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효재)은 10월 31일 발간한 ‘미디어이슈리포트’ 제5호 ‘생성형 AI 관련 해외의 저작권 분쟁 사례와 과제’에서, 2025년 들어 AI 기업과 언론사 간의 분쟁이 저작권을 넘어 산업 구조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학습데이터 저작권 소송, 3건 중 2건은 AI 기업 승소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미국 법원은 AI 학습데이터 관련 주요 소송 세 건 중 두 건에서 AI 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캘리포니아 북부법원은 Bartz v. Anthropic과 Kadrey v. Meta 사건에서 AI 산출물이 원저작물과 유사하지 않고 창작적 변형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해 공정이용(fair use)을 인정했다.

반면 Thomson Reuters v. ROSS Intelligence 사건에서는 법률정보 요약문을 학습데이터로 사용한 것이 시장을 대체했다고 보고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

즉, 소설이나 도서 등 창작물은 변형적 이용으로 공정이용이 인정된 반면, 뉴스나 법률정보처럼 시장 대체 효과가 뚜렷한 영역은 침해 소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제로 클릭’ 검색 확산… 언론사 트래픽 급감

AI 기반 검색 요약 기능 확산으로 이용자들이 원문 링크를 클릭하지 않고 답변 요약만 확인하는 ‘제로 클릭(zero-click)’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펜스케 미디어(Penske Media)는 구글의 AI 요약 기능 도입 이후 트래픽과 제휴 수익이 3분의 1 감소했으며, 체그(Chegg)는 2024년 4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4% 줄고 비구독자 트래픽이 49% 급감했다

이로 인해 언론사들은 광고 수익 악화와 구독 전환 저하를 겪고 있으며, 반대로 검색 플랫폼은 체류시간 증가로 광고 수익을 늘리고 있다.

저작권을 넘어 반독점·상표권·크롤링 분쟁으로 확산

보고서는 “AI가 단순히 저작권 문제를 넘어 산업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리태니커와 메리엄-웹스터는 AI가 잘못 생성한 내용을 자사 출처로 표기해 브랜드 신뢰도를 훼손시켰다며 상표권 침해를 제기했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니케이신문은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11만9천여 건의 기사를 무단 크롤링했다며 각각 22억 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유럽의 독립 퍼블리셔 연합(IPA)은 구글의 AI 요약이 언론사 트래픽을 잠식한다며 EU 경쟁위원회에 반독점 제소를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보고서에서 “언론사들이 저작권에 국한된 방어를 넘어, 다층적 전략으로 AI 기업과의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요 대응 전략으로는 ▲업계 연대를 통한 공동소송과 행정 제소 ▲AI 기업과의 유료 라이선싱 계약 체결 (예: AP통신·News Corp·Financial Times 등)▲콘텐츠 기여도 기반 수익공유 모델 도입 (예: 퍼플렉시티, ProRata 등)▲크롤링 통제·메타데이터 강화를 통한 출처 명확화 등이 제시됐다.

“AI 시대, 언론의 법적 대응력과 기술 주권이 관건”

한국언론진흥재단은 “AI가 언론의 콘텐츠를 학습·요약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단순한 저작권 분쟁을 넘어 정보 생태계 전반의 권한과 수익 구조 재편 문제”라며 “언론은 기술적 통제와 법적 대응,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이슈리포트’ 2025년 제5호 ‘생성형 AI 관련 해외의 저작권 분쟁 사례와 과제’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홈페이지→ 미디어정보 → 정기간행물 → 미디어이슈리포트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