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SK그룹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유·무선 통신 사업을 담당하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CEO가 전격 교체됐다. 사이버 침해 사고 여파로 피해 받았던 조직을 추스르고 인공지능(AI) 및 보안 강화를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30일 SK텔레콤은 정재헌 대외협력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 SK텔레콤이 법조인 출신 CEO를 맞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정재헌 신임 CEO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약 10년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판사로 재직했다. 2019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뒤 다음 해 법무그룹장으로 SK텔레콤에 합류했다.
2021년 SK스퀘어 설립 시 창립 멤버로 투자지원센터장을 맡아 전략, 법무, 재무 등 회사의 주요 부서를 총괄했다. 2024년부터는 SKT 대외협력 사장으로 ESG·CR·PR 기능을 총괄하며 SK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SUPEX추구협의회 거버넌스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오랜 공직경험과 SUPEX추구협의회 거버넌스위원장,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 SKT 대외협력 사장 등 그룹 내 주요 요직을 거친 법률가 출신 전문경영인이라는 특징이 있다. 기본과 원칙을 바탕으로 조직 내실을 다지고 대내외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올해 4월 유심(USIM) 해킹 사태로 전산망 계정 정보 관리 부실, 암호화 미흡, 침해 대응 소홀 등의 문제로 지적을 받았다. 이 사고로 시장 점유율 40%가 무너졌다. 위약금 면제, 유심 교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과징금, 대리점 보상안 등으로 많은 비용이 들었다. 5000억원 규모의 ‘고객 감사 패키지’로 인해 마케팅 비용도 많이 사용했다. SK텔레콤은 앞으로 5년간 총 7000억원을 정보보호에 투자하겠다고 밝혀, 매년 수천억원의 투자가 예상된다.
30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SK텔레콤의 영업이익(연결)은 4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급감했다. SK텔레콤 실적만 반영하는 별도 기준의 경우 적자였다. 개인정보위 과징금 1348억원 반영으로 당기순실은 1670억원을 기록했고 가입자 이탈 및 고객 보상 영향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한 3조9780억원에 그쳤다.
사이버 침해 사고 이후 고객 신뢰 회복과 정보보호 체계 강화 및 SK텔레콤의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 정 신임 사장의 과제다.
SK텔레콤은 분산돼 있던 전사 AI 역량을 AI CIC(사내회사)로 재편, AI 중심 사업 구조 전환할 예정이다. 이에 정 사장은 새롭게 출범하는 통신 CIC(사내회사)장에 선임된 한명진 CEO와 같이 일하게 된다. AI CIC CEO는 아직 미정이다.
SK텔레콤은 재원 마련 계획도 밝히기도 했다. SK텔레콤은 SK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판교 사옥을 오는 11월 26일 매도한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판교 사옥 매각은 자산 유동화 차원이며, 미래 성장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날 SK브로드밴드도 김성수 유선·미디어사업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정체된 유료 방송 시장에서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미디어 포트폴리오 재편이라는 과제가 김 신임 사장에게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
유료방송 시장 침체 속에 SK브로드밴드는 만 50세 이상 또는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사실상 구조조정으로 중장기적인 사업경쟁력 추진과 함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운영 등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 신임 사장은 SK그룹 내에서 30여 년간 쌓아올린 마케팅 전략 및 고객 기반 확대 노하우를 활용해 조직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창출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는 AI 기반의 초개인화된 미디어 포털 서비스 ‘AI B tv’를 출시를 주도한 적 있다. AI·DT(디지털 전환) 기반 고객 중심의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며 SK브로드밴드의 성장을 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