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가 뻔한 이야기를 열 내서 하면 듣는 이들은 혈압이 오르고 맥이 빠지는 기현상을 체험합니다. "가만 보니 그거, 장총은 길다는 거잖아." 장총은 긴 총이잖습니까? 그것을 굳이 또 길다고 하니까 동어반복(同語反復) 하는 겁니다. 사전은 동어반복을 철학 용어로 분류합니다. 주사(主辭)와 빈사(賓辭)가 동일한 개념인 판단이라고요. 늘 참이 되는 명제라고요. '장총은 길다'로 풀면 장총은 주사이고 길다는 빈사 격입니다. 이 명제는 늘 참이어서 항진명제라고도 합니다.
뭔가를 해설하는 글을 무시로 만납니다. 그런 글이 장총은 길다는 식이면 정말 곤란합니다.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쓸모가 여기 있습니다. 칸트 철학에서 그런 명제는 분석명제로 나뉩니다. 장총은 길다 하는 것처럼 삼각형은 세 각을 가진 도형이라느니 총각은 결혼하지 않은 남자라느니 하는 명제 말입니다. 술어 개념이 주어 개념에 이미 들었으니 이를 어찌 해설이라 하겠습니까? 해설은 종합명제여야 합니다. 칸트 철학에서 분석명제의 반대로 보는 명제입니다. '문제가 된 그 총은 손잡이에서부터 총구까지 길이가 ○○㎝이다' 하는 종합명제는 '장총은 길다'와 대비됩니다. 술어 개념이 주어 개념에 포함돼 있지 않고요. 술어 영역을 새로운 진실이 지배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신우승, 『현대 한국어로 철학하기』, 롤링다이스, 2022 (서울도서관 전자책, 유통사 OPMS)
2.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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