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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거주한 적 있는 사람으로서 몇가지 팩트만 짚고 넘어가고 싶음.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워맨션의 현실은 저런 쥐ㅈ만한 건물 한 동마다 1,000~2,000세대씩 꽉꽉 욱여넣은 인간 닭장이라는 거임.
한국에서 1,000세대를 한 건물에 집어넣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본 적 있음?
둔촌동 올파포도 전체 세대는 12,000세대나 되지만 85개동으로 분산되어 있잖아.
물론 누군가가,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면, 공간효율 면에서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라고 질문한다면..
이걸 보고도 '효율'만 따지고서 '삶의 질'을 포기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타워맨션은 좁은 부지에 최대한 많은 세대를 욱여넣기 위해서, 각 세대별 평수가 10평에서 20평대 초반으로 상당히 작게 형성되어 있음.
아래 사진은 위에 나온 타워맨션 중 한 곳의 평면도인데 크기는 약 20평 정도임.
아래는 평면도에 LDK라고 적힌 거실쪽 사진인데 엄청 아담하지?
참고로 이 집 매매가가 무려 한화로 50억원임.
하지만 타워맨션의 더욱 큰 문제는, 세대수가 저렇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는 층당 3~4대밖에 안 된다는 거임.
그런데 보통 타워맨션은 50층이니까.. 상상이 가지?
고층에 거주하는 사람 얘기를 들어보니, 출근시간에 엘베를 기다리는 데에만 10분 이상이 걸린다고 하더라.
그 짓을 매일같이 평생 해야 한다고 해도, 과연 타워맨션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까?
마지막 문제점은 바로 건물 주변에 녹지가 부족하다는 점임.
도쿄의 항공사진을 보면, 서울이랑 다르게 저층 주택들이 대거 밀집한 스프롤 형태라는걸 알 수 있음.
우리가 보는 타워맨션은, 건물을 세울 공간이 좀처럼 나지 않는 저런 빡빡한 환경에서 어쩌다가 좁디좁은 가용공간이 생겼을 때, 거기에 최대한 많은 인구를 밀어넣기 위해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어.
그렇기에 한국에서 주로 보이는 단지형 주택은 꿈도 못 꾸는 현실이고, 녹지를 확보하기도 매우 힘들지.
각각 맨 위쪽 사진에 등장한 5개 타워맨션의 항공사진인데, 한국과 비교해보면 녹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지.
물론 도쿄에는 큰 공원이 몇 군데 존재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건물 1층에 내려가서 곧바로 푸르른 정원을 만끽하는 것과, 한참을 이동해서 울창한 숲속을 거니는 것 중에 어떤게 더 효율적일까?
주절주절 많이 써버렸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타워맨션이 절대로 이상적인 주거방식이 아니라는 것임.
한국 아파트는 비록 외관은 흉측해 보여도, 일본보다 평수도 매우 넓고, 엘리베이터도 여유있고, 녹지도 충실하다는 점을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음.
이상 주변에 풀 한포기 없는 일본 맨션(타워맨션 아님)에서 살다가 정신병 걸리고 귀국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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