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소고기 관세는 노무현-부시 정권 때인 2012년 FTA협정 발효 시점 40%에서부터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합의돼,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 때 FTA협정 개정때도 건드리지 않았고, 마침내 내년(2026년)에는 예정대로 완전 철폐될 것으로 일정이 확정돼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미국 정부는 "한국 시장을 100% 완전 개방시켰다"고 선전했다. 한국 정부도 "각고의 노력 끝에 소고기 등 농산물 시장을 완벽 방어했다"고 떠벌렸다. 양측의 주장은 법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정확한 것은 맞다. 그러나 기막힌 정치적 수사와 외교적인 전략적 모호성으로 포장됐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트럼프(79)의 미국 정부 뿐만이 아니라 이재명(61)의 한국 정부도 이런식으로 자국민을 사기치고 있는 셈이다.
한국·미국간 무역협상의 큰줄기는?
2007년 노무현-부시 때 FTA체결돼
2018년 문재인-트럼프 1기때는 개정
2025년 이재명-트럼프 2기 관세 협정
한·미간 무역-관세협상이 이뤄진 3차례 모두 진보정권 때 이뤄졌다.
2007년노무현-부시 대통령 때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뤄졌다.
그런데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때 미국 측이 한국에 FTA 개정을 강하게 요구했다. 트럼프는 당시 한·미FTA를 "끔찍한 거래"라고 규정한뒤, 한국 측에 무역적자를 시정하고 미국 노동자,농민,기업을 위한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을 기치로 내세웠다.
이에따라 문재인-트럼프 1기 때 'FTA 개정' 협상 줄다리기는 불가피했다. 그런데 당시 양국의 협상을 타결한 뒤 서울과 워싱턴에서 발표된 결과는 심각한 혼란을 야기했다.
미국 관료들은 한국 시장의 "100% 개방" 을 강력하게 선언한 반면, 한국 관료들은 가장 민감한 품목인 "쌀과 쇠고기 시장의 추가적인 양허를 막아냈다"는 점을 핵심적인 성공으로 앞세웠다.
그런데 7년뒤인 2025년 10월 29일, 이재명(61)-트럼프(79) 대통령 2기 정부간 경주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협상을 타결한 뒤 양국 정부 관료들의 말이 2018년 때와 똑같이 서로 달라 눈길을 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한국이 시장을 100% 완전 개방하기로 하고 서로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시장 완전 개방이 뭐를 의미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모호한 표현을 썼다. 이에 앞서 트럼프도 비슷한 말을 반복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쌀과 소고기를 포함한 농산물 시장에서 추가 개방을 막았다는 입장을 앞세우고 있다.
미국 99.7% 개방을 100% 개방으로 선전
한국은 '쌀 추가 개방은 없다'라고 포장해
그렇다면 한·미 양국은 매번 협상하기 전은 물론 타결을 한뒤에도 도대체 왜 이렇게 서로 다른 말들을 쏟아 내는 걸까?
한마디로 양국 정부가 자국의 국내 정치적 기반을 만족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한 '전략적 프레밍'이 있었던 것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미국의 100% 시장 개방 주장은 비농산물 부문(자동차, 철강)에서 얻어낸 구체적인 양보를 일반화해 정치적 성공을 선언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은 99.7%라는 높은 시장 개방률을 기반으로 나머지 핵심 이익 부문에서 마지막 장벽을 제거했다는 정치적 선언으로 100% 개방을 선언한 셈이다. 당시에는 한국의 자동차 안전기준 대신 미국 안전기준만 충족해도 한국 시장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을 전체 차 시장이 다 개방된 것으로 포장했었다.
반면 한국 정부도 그때나 지금이나 근본적으로 '방어'가 목표였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FTA 협정 파기 위협 속에서 한국의 경제적 이익과 지정학적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8년 FTA개정 때도 쌀은 관세 철폐 예외 품목으로 분류돼 강력한 보호장치(고율 관세율 할당 관세·TRQ) 내에 있었다. 개정 협정문에도 마찬가지로 쌀시장 개방에 대한 근본적인 법적 지위를 변경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쌀 추가 개방은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명확하다. 협상 결과 쌀은 이전과 동일하게 가장 높은 수준의 보호 장치 내에 잔존했으며, 이 가장 민감한 영역에서의 양보를 성공적으로 회피함으로써 국내 농업계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산 소고기의 관세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2012년 협정 발효 시점 40%에서부터 단계적으로 철폐돼 2018년 FTA협정 개정때나, 내년인 2026년에는 완전 철폐될 일정이 정해져 있다.
따라서 한국의 문제인 정부가 2018년에 트럼프와 협상에서 소고기 관세를 기존대로 지켰다고 주장한 것은 단지 기간을 앞당기는 것을 막았다는 것을 의미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재명 정부가 쌀과 더불어 소고기 수입도 협상을 기막히게 잘해서 국내 시장을 지켰다는 뜻으로 떠벌리고 있다.
하지만 이미 18년전인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FTA협정문에 내년까지는 100% 소고기 시장을 개방하기로 합의돼 있었다. 이걸 이재명 정부가 관세협상을 잘해서 이뤄낸 결과라고 말할 것인가? 앞으로 남은 몇개월 동안 소고기 시장을 협상을 통해 잘 지켰다고?
이같은 양국의 협정에서 쌀과 소고기에 대해 한국 정부가 새로운 개방조항이나 일정을 앞당기는 것을 막았다고 해도 법적, 기술적으로는 정확하다. 그렇다고 해서 협상을 잘해서 이걸 막았다고 말하기에는 낮뜨거운 주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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