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한국 국빈 방문을 통해 총 10억 달러(약 1조4283억원)규모의 추가 거래를 성사시켰다.
백악관이 발표한 공식 팩트시트에 따르면 이번 방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한국과의 회담을 통해 에너지, 기술, 방산, 조선 등 핵심 산업 전반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수출·투자 협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성과는 한미 동맹이 군사안보를 넘어 '경제안보 축(Economic Security Axis)’으로 격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함께 일자리를 만들고, 공급망을 강화하며, 자유세계의 기술 표준을 수호할 것”이라며 “이번 협정은 미국의 에너지·산업·기술 리더십을 다시 세우는 계기”라고 밝혔다.
이번 협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항공·방산 부문이다. 대한항공은 보잉 항공기 103대약 362억 달러, 약 51조6972억원)를 신규 구매하고, 이에 장착될 GE 에어로스페이스 엔진(약 137억 달러, 약 19조5622억원)을 별도 발주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이 거래가 미국 내 13만 5000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낼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Made in America, Hired in America’의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또한 대한민국 공군은 L3해리스 테크놀로지스(L3Harris Technologies)와 23억 달러(약 3조2846억원) 규모의 차세대 공중조기경보통제기(AEW&C)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6000명 이상의 미국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 방산업계의 기술력과 한국의 운용 경험이 결합된 상징적 협력 사례로 평가된다.
희토류 협력도 눈에 띈다. 미국 ReElement Technologies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모빌리티용 고부가가치 자석 생산을 위한 희토류 분리·정제·제조 통합단지를 미국 내에 공동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중국 중심의 희토류 공급망을 한미 공동체계로 대체하는 첫 단계로 평가된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한국가스공사(KOGAS)가 Trafigura, TotalEnergies, Cheniere 등과 장기계약을 체결, 매년 330만 톤의 미국산 LNG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안정적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하고, 미국은 자국산 천연가스의 수출 확대를 실현하게 된다.
또한 센트러스 에너지(Centrus Energy), 한국수력원자력,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오하이오주 피케톤(Piketon) 우라늄 농축시설 확장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3000개의 미국 내 신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다.
한국 LS그룹은 2030년까지 미국 전력망 인프라에 총 30억 달러(약 4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투자에는 해저 케이블, 전력 장비, 권선 생산시설이 포함되며, LS전선의 미국 자회사 LS 그린링크(LS Greenlink)는 버지니아에 6억8100만 달러(약 9724억원) 규모의 생산시설을 건설 중이다.
LS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송전망 현대화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한미 협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내 전력망 투자 확대는 양국이 ‘전선(電線) 동맹’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산업협력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기술 번영 협정(Technology Prosperity Agreement)’에 서명했다. 이 협정은 △AI 수출 및 표준화 △6G 통신 △양자 혁신 △연구보안 △바이오 기술 공급망 등을 포괄한다.
미국 백악관은 “한미 양국의 기술 협력이 세계 기술 리더십을 재정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AI와 양자기술 분야에서 공동투자 및 데이터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아마존은 2031년까지 한국 내 클라우드 인프라에 50억 달러(약 7조14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APEC 14개국 대상 400억 달러(57조1320억원) 규모 글로벌 클라우드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한국이 AI 산업 생태계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또한 NASA의 아르테미스 2호 임무에는 한국 위성이 함께 탑재돼, 달 궤도에서 우주 방사선 측정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기술력과 미국의 생산 기반이 결합하면 미국 조선산업이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는 세르베루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와 함께 미국 조선소 현대화 및 자동화 기술 투자(50억 달러, 약 7조1415억원)를 추진하고, 삼성중공업은 비거마린그룹(Vigor Marine Group)과 협력해
해군 함정 MRO(정비·수리·점검)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한화오션은 필라델피아 조선소 생산능력을 10배 확대하는 50억 달러(약 7조1415억원) 규모 인프라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조선·해양 부문 협력은 단순한 산업 프로젝트가 아니라, 한미 간 해양동맹의 산업화 버전으로 평가된다.
이번 방한의 키워드는 ‘경제로 진화한 동맹’이다. 과거 총과 탱크, 미사일이 한미 안보협력의 상징이었다면, 이제 그 자리를 전력망·AI·반도체·조선소가 대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는 안보와 경제, 기술과 산업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정은 군사적 연합을 넘어, 에너지·산업·기술 주권을 공유하는 동반자 관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한미 동맹은 지금, ‘총 대신 기술, 탱크 대신 산업’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번 방한은 단순한 국빈외교가 아니라, 21세기형 ‘경제안보 동맹’의 완성도를 보여준 역사적 장면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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