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 이동권과 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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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더하기] 이동권과 친환경

경기일보 2025-10-30 19:22: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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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19.3%다. 국가 전체에서 수송 부문이 차지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13%라는 점에 비춰 볼 때 심상치 않은 수치다. 자동차는 이렇게 온실가스를 신나게 내뿜으며 돌아다니는데 도시의 주인인 사람들은 이동에 제약이 있다. 특히 장애인의 이동권 쟁취 투쟁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는 도시를 질주하고 사람은 최소한의 권리인 이동권마저 쟁취의 대상이 되는 상황은 상식적이지 않다.

 

장애인 이동권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소는 자동차 중심 도시체계다. 똑같은 시민이지만 누군가에겐 당연한 권리이고 누군가는 쟁취해야 할 과제가 된다. 자동차 중심 도시체계는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와 사람을 분리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그 역할은 도로 턱과 볼라드가 수행한다. 턱과 볼라드를 통과할 수 없는 장애인들은 주저앉거나 타인의 도움으로 그 길을 건너야 한다. 대중교통은 어떨까. 장애인들의 지하철 탑승 시위로 인해 출근길이 불편하다는 호소가 담긴 보도를 어렵지 않게 접한다. 투쟁을 이어가는 당사자인 장애인과 활동보조인, 연대자는 이 시위를 ‘지하철 탑승 투쟁’이라 부른다.

 

누구나 운임을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을 이용하겠다는 건데 서울교통공사는 이를 극악스럽게 막아선다. 전쟁 시기가 아닌 일상 시기임에도 장애인들에겐 보행로도, 대중교통도 넘어야 할 고지다. 결국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은 일상에서의 전쟁이다. 결국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은 턱과 볼라드를 넘어 모두가 평화롭게 걷고 이동하는 도시를 향한 투쟁이다.

 

자동차 중심 도시체계로 인해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나고 누군가는 기본권을 빼앗긴다. 그 이면에는 자동차 회사들의 생존전략이 숨어 있다. 최초의 자동차는 환경 문제의 대안이었다. 마차가 다니던 1900년대 뉴욕은 거리에 말의 분변이 끊이지 않았다. 그 대안으로 자동차가 도로를 거닐었다. 자동차 공정이 발달하며 대량생산이 가능해지자 포드사는 자사 노동자들도 자동차를 탈 수 있을 만큼 가격을 낮췄다고 자랑했다. 최근 자동차 회사들은 사람들이 빨리, 많이 자동차를 바꾸도록 종용한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더 크고 새로운 자동차를 사라고 시민들을 현혹한다.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그린워싱도 빼놓지 않는다. 유행을 부추기는 자동차 회사 때문에 중형차에 들어가는 차체와 부품도 자원 고갈과 지구온도 상승을 가속화한다. 그 과정에서 걷는 사람들과 휠체어 장애인들의 이동권은 삭제된다.

 

대안은 느리고 포용적인 도시다. 자동차로 빨리 이동해야 하는 도시의 템포를 늦춰야 한다. 걷거나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이 도시를 더 많이 누벼야 한다. 자동차로 인해 생긴 턱과 볼라드, 다차선 대로를 줄여 시민들 사이에 연결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터 안에 주거와 일, 여가, 의료, 교육, 복지 등 사회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파리의 15분 도시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바르셀로나의 슈퍼블록도 좋은 사례다. 슈퍼블록은 소규모 블록 안에서 대부분의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동차 최고 속력은 매우 느리게 규제하는 도시정책이다. 막막하고 먼 길이지만 그렇다고 첫걸음부터 망설이면 안 된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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