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에서 ‘유니폼 테이프 사건’으로 황당한 소동이 벌어졌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의 경기에서 유니폼 규정을 위반한 대한항공 김관우와 외국인선수 러셀에게 제재금 10만원씩을 부과하기로 했지만, 상대 팀 한국전력은 “명백한 규정 위반을 두둔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건은 이날 경기 전부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경기장에 등록된 등번호와 다른 유니폼을 들고 도착했다. 러셀은 등록상 51번이지만 15번 유니폼을, 김관우는 15번 대신 51번 유니폼을 챙겨왔다. KOVO는 경기 시작 전 이 사실을 확인하고 구단에 알렸고, 대한항공은 급히 러셀의 유니폼에 51번을 표시하고 이름을 테이프로 부착한 뒤 연맹에 재제출했다. 연맹 운영본부는 수정된 유니폼을 승인했고, 양 팀 감독에게 공지한 후 경기를 정상 진행했다. 러셀은 테이프가 붙은 유니폼을 입고 출전해 18점을 올리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러셀과 김관우의 출전은 명백히 규정 위반”이라며 현장에서 즉시 항의했다. KOVO 운영 요강 제39조는 ‘경기 당일 일부 선수가 다른 팀원과 다른 유니폼을 착용했을 경우, 동일한 유니폼을 착용하기 전까지는 경기에 참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테이프로 이름을 붙인 유니폼은 동일한 유니폼이 아니며, 규정상 출전 불가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기 관계자는 “색상과 디자인이 동일하므로 문제없다”며 출전을 허용했다.
경기 다음 날 한국전력은 다시 연맹에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에 KOVO는 “러셀이 착용한 유니폼은 색상과 디자인이 동일해 규정 위반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선수들이 경기장 도착 시 잘못된 번호의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었던 점은 ‘유니폼 착용 위반(지정위반 착용)’에 해당한다”며 두 선수에게 제재금 10만원씩을 부과했다. KOVO는 “유니폼 문제로 경기 준비에 지장을 초래했기 때문에 제재금을 부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의 반발에는 과거 사례도 배경으로 깔려 있다. 2017년 대한항공전에서 한국전력의 한 선수가 잘못된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가 11점 삭감과 선수 퇴장 징계를 받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KOVO는 잘못된 규칙 적용을 인정하며 경기·심판위원들에게 출장정지 및 제재금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KOVO는 “유사 사례 발생을 막기 위해 유니폼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기술위원회에서 감독 대상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KOVO는 “앞으로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사례를 모아 규정을 명확히 할 것”이라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유니폼 한 벌에서 시작된 논란이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닌, 리그 운영의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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