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으면 근무, 서면 이탈?"…이석관리제 도입에 직장인 불만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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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으면 근무, 서면 이탈?"…이석관리제 도입에 직장인 불만 고조

르데스크 2025-10-30 18:06: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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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를 중심으로 '분 단위 이석관리제'가 확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포괄임금제 폐지 이후 근로시간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공정한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명분이지만 실제로는 직원의 모든 움직임을 감시하는 관리 체계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직원 감시와 사생활 침해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15분 단위로 자리를 비우는 것조차 승인받아야 한다는 사실만으로 심리적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며 업무 중 개인적 여유나 휴식을 취하는 시간까지 감시당하는 것은 과도한 통제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정 의원에 따르면 A게임사는 사옥 내 카페, 흡연실, 수면실, 헬스장, 샤워실까지 포함해 15분 단위로 이석을 관리하고 있다. 자리를 비운 직원은 직접 사유를 입력하고 시스템 승인을 받아야 한다. B게임사 역시 근무공간과 비업무공간을 구분해 출입증 태깅, 사유 입력 및 상사 승인 절차를 거치는 관리방식을 운영 중이다. C게임사는 아직 도입 방침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업계 전반에서 유사한 제도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 게임 기업을 중심으로 분 단위 이석관리제가 확산되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이를 감시 중심형 근로관리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판교에 위치한 국내 게임업계 사옥 전경의 모습. ⓒ르데스크

 

이석관리제가 국내 게임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직장인들은 개인에 대한 과도한 통제라며, 자리 비움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석관리제의 도입 취지는 근로시간의 투명한 산정과 초과근무 방지다. 그러나 실제로는 직원의 이동과 휴식까지 통제하는 관리 방식이 '감시 중심형 근로관리'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임지형 씨(43·남)는 "일한 만큼만 돈을 주겠다는 취지에서 제도 도입은 필요하지만 모든 근태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너무 억압적으로 느껴질 것 같다"며 "나 역시 부하 직원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은 궁금하지 않고 알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조혜원 씨(29·여)는 "화장실에 가거나 근무 중 잠깐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해야 한다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질 것 같다"며 "또 상사에게 나의 근무 태도가 모두 보고된다는 건데 어떻게 보면 보고하고 싶지 않은 사적인 부분까지도 강제로 공유된다는 것 자체가 사생활 침해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도 과도한 근태 관리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제재를 받았다. 사진은 프랑스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의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해외에서도 과도한 감시 논란으로 이어져 제재나 폐지된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 프랑스 법인은 과도한 근태 관리가 개인정보 침해로 제재를 받았다. 창고 직원들에게 핸드스캐너를 지급해 상품을 꺼내거나 포장하는 모든 작업 단위를 실시간으로 기록했다. 이 데이터를 통해 직원의 활동·비활동 시간, 자리 이탈 여부까지 초 단위로 측정하고, 비활동 상태가 일정 시간 이상 지속되면 직접 사유를 입력하도록 요구했다.


근로시간 관리 목적이라 하더라도 직원의 휴식이나 이탈 시간을 세밀하게 측정하고 사유를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프랑스 개인정보보호위원회(CNIL)는 판단했다. 또 사전 고지나 동의 없이 모니터링 및 영상감시가 이뤄졌고, 수집된 데이터가 과도하게 보관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CNIL은 아마존에 3200만유로(약 5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해당 시스템을 폐기하라고 명령했다.


전문가들은 이석관리제 도입으로 인한 과도한 감시와 사생활 침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근태 기록의 목적과 범위를 명확히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성과 평가와 근태 관리를 분리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자리 비움이나 이동 시간 자체가 성과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고 근로 데이터는 업무 효율과 공정한 임금 산정을 위한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분 단위로 쪼개서 직원들의 근태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일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일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이유만으로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 있도록 강제하기보다는 직원들이 생각을 환기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이석관리제 도입은 고용주와 직원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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