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각료회의 기자회견…"보호무역·일방주의로 WTO 체제 어려움 겪어"
"韓, 자유무역·다자체제 기반으로 성장…낡은 룰 업데이트도 필요"
(경주=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30일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1·2위 무역상대국"이라며 "미중이 균형점을 찾아 공급망 등 여러 이슈에서 안정화를 기하는 것이 한국에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날 오후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IMC) 메인홀에서 열린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AMM) 기자회견에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한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여 본부장은 "미국과는 우리가 안보 얼라이언스(동맹)로 굉장히 중요하고, 또 중국과는 네이버(이웃)이다 보니 지난 수십 년간 공급망이 굉장히 긴밀하게 연결이 돼 있다"며 양국과의 관계가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최근 글로벌 무역 환경이 보호주의·일방주의 기조로 흐르는 것과 관련해 "한국은 자유무역과 다자체제라는 국제질서에 기반해 성장해왔다"며 "개별국의 일관되지 않은 정책으로 글로벌 통상 환경이 운영되기보다 예측 가능한 다자간 질서가 중시되는 것이 우리에게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다만, 현재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실용적 대안으로서 소위 열린 다자주의를 지지하고 있다"며 "APEC 지역에서는 보호무역주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러 양자 및 다자 간 무역 협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여 본부장은 이번 AMM 공동선언문 채택 과정에서 보호무역주의 강화나 다자주의 쇠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회원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글로벌 통상환경이 일방주의적 무역 보호조치와 관세·비관세 장벽, 예측 불가능한 경제와 안보 이슈로 많은 도전에 처했다는 데 대부분 회원국이 공감을 표시했다"며 "설루션·대책에 대한 여러 논의가 건설적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여 본부장은 "아직 글로벌 무역의 70% 이상은 WTO 룰(질서)에 기반하고 있어 이 룰은 건재하지만, 자꾸 회원국들이 이를 위반한다거나 하는 경우 전체적인 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와 함께 기술의 급속한 변화로 통상 환경도 급변하면서 룰이 낡아 업데이트돼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이런 도전을 APEC 같은 다자 체제에서 논의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컨센서스(합의)를 모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29∼30일 열린 APEC AMM에서 공급망, 디지털, 환경 등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다며 이들 3개 분야가 "오늘날 통상 현안의 핵심이자 미래 경제의 축"이라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최근 기술 패권 경쟁·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공급망을 위한 인공지능(AI)' 프로젝트를 제안해 큰 호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여 본부장은 "내년부터 우리 정부와 APEC 사무국 공동펀드로 역내 회원 간, 대·중소기업 간 공급망 관리에서 AI 기술 활용 격차를 줄이기 위한 역량 강화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무역 기반 강화 부문 성과와 관련해서는 내년 3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앞두고 WTO 전자적 전송물 무관세 관행이 유지될 수 있도록 APEC 차원에서 WTO 회원국을 독려하는 성명서를 제안했다고 구체적 성과를 제시했다.
그는 "무관세 관행 지속은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예측가능한 디지털 무역 환경을 제공해 글로벌 성장과 혁신의 기회를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여 본부장은 "이번 논의를 통해 APEC이 WTO와 다자규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디지털 경제를 위한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APEC 민간자문기구가 올해 초 정상들에게 건의한 내용에 기초해 APEC 정부와 민간이 협업하는 관련 지원 플랫폼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번 AMM에서 APEC '환경 서비스 및 관련 서비스 참조 목록'을 2년 만에 기존 66개 항목에서 80개 항목으로 확대했다고 소개하면서 "이 또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했다.
여 본부장은 "어느 때보다도 통상 불확실성이 높은 지금, 3개 핵심 분야에 대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한 것은 APEC의 연대와 협력 정신이 흔들림 없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번 각료회의의 성과가 정상회의로 연결돼 아태지역의 경제성장과 번영에 기여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규 기자)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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