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경북 경주는 그야말로 시끌벅적하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방한으로 ‘AI 동맹’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가운데 ‘깐부 치맥 회동’이 화제다. 또한 백악관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의 올리브영 쇼핑은 ‘K-뷰티’의 존재감을 국제무대에 드높였다는 찬사도 나온다.
그러나 ‘푸바오 반환’ 시위부터 파견 경찰의 ‘음주 술판’ 추태, APEC을 내세운 ‘허위광고’ 등 각종 논란이 겹치며 세계에 대한민국의 민낯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AI 깐부·K-뷰티… 국격 높인 ‘기회의 장’
이번 APEC은 대한민국의 기술력과 문화적 영향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30일 최대 관심사는 단연 ‘AI 깐부’의 만남이다. 이날 코엑스에서 열리는 ‘지포스 한국 출시 25주년 행사’에 참석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행사 참석 전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에서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과 만나 ‘치맥 회동’을 갖는다.
이번 만찬은 황 CEO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부터 자율주행, AI, 로봇 분야의 협력까지 이뤄질지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향방을 가를 세 거물의 ‘깐부 동맹’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동행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SNS에 ‘K-뷰티 제품 구매 인증샷’을 올려 화제가 됐다. 1997년생인 레빗 대변인은 미국 역사상 최연소 백악관 대변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올린 사진 속 화장품은 모두 국내 브랜드 제품인 것으로 확인돼 K-뷰티의 위상과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기강 해이·가짜 마케팅 …국제적 망신살
하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편에서는 국가적 행사의 위상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들이 터져 나왔다.
경찰 등에 따르면 APEC 경호·경비 지원을 위해 파견된 경남경찰청 소속 경찰관 5명이 파견 첫날 숙소에서 술판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이들은 외부 음식 반입이 금지된 숙소에서 술을 마신 뒤 구토하고 이를 치우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들 전원 즉시 복귀 조치됐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행사에서 경찰이 기강 해이를 드러낸 사건으로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국제 행사를 이용한 ‘가짜 마케팅’도 도마 위에 올랐다. <머니s> 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매트리스 브랜드 ‘소노시즌’은 공식 후원사가 아님에도 “APEC 2025 공식 매트리스”라는 문구와 공식 로고까지 무단으로 사용하며 허위 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머니s>
반중·반미 시위에 회의장 밖은 ‘소란’
회의장 밖은 각종 시위로 소란스러운 분위기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이날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보수성향 유튜버 3명을 현행범 체포했다. 이들은 같은날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인근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환영 집회를 방해하고 이를 제지하는 경찰관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동물보호단체 ‘푸바오와 푸덕이들’ 소속 회원은 “푸바오를 한국으로 돌려달라"는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판다 푸바오는 중국 쓰촨의 번식 기지를 떠나 일급 동물원으로 가야 한다"며 “시 주석은 판다의 기본 생리에 맞는 높은 나무와 맑은 물, 대나무 죽순을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묵은 경주 힐튼호텔 근처에서도 ‘반트럼프 기습 시위’가 열렸다. 대학생 단체 회원들은 ‘3500억 달러 투자 강요 규탄’ 등의 팻말을 들고 경찰과 대치하다 1시간여 만에 자진 해산했다.
AI 동맹이라는 거대한 기회부터 K-뷰티의 저력, 그리고 그 이면에 공존하는 공직 기강 해이와 사회적 갈등까지, 이번 APEC은 대한민국의 역동적인 모습과 동시에 민망한 자화상도 동시에 노정하며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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