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돔은 국내에서 ‘바다의 한우’로 불린다. 자연산 한 마리 가격이 15만 원에서 40만 원, 대형급은 50만 원을 넘어설 정도로 비싸다. 킬로그램 단가로 따지면 한우 등심보다 비싼 셈이다.
이처럼 돌돔값이 비싼 이유는 성장 속도가 느리고, 개체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 산란한 뒤 성어로 자라기까지 3~4년 이상이 걸리며, 양식도 쉽지 않다. 사료비와 수온 관리비가 많이 들고, 일정 크기 이상 키우기까지 폐사율이 높다. 자연산은 그마저도 잡히는 양이 제한적이라 희소성이 높다.
이번에 제주 바다에 방류된 2000마리 돌돔은 바로 이런 고급 어종이다.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수산자원 복원 사업의 상징적 대상이기도 하다.
돌돔은 어떤 물고기인가
돌돔(Parapristipoma trilineatum)은 농어목 돌돔과에 속하는 해양 어종이다. 몸은 타원형으로 납작하며 회색빛 몸통 위로 진한 세로줄이 여러 개 그려진다. 어린 시기에는 줄무늬가 뚜렷하지만 성체로 자라면서 점차 희미해진다. 수컷은 성장하면서 입 주변이 검게 변하는데, 이 때문에 ‘검은 돌돔’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남해와 제주 연안에서 자주 발견된다. 특히 제주 북부 해역은 돌돔의 서식 밀도가 높고, 암초와 해조류가 풍부해 번식에 적합하다. 돌돔은 수온이 일정하고 수질이 깨끗한 해역을 선호하며, 바위틈이나 해조류 사이에서 생활한다.
먹이 습성은 육식성으로 단단한 껍데기를 가진 조개류, 게, 따개비, 성게 등을 강한 턱과 단단한 이빨로 부숴 먹는다. ‘바다의 입술 괴물’이라 불릴 만큼 강한 턱 힘을 가지고 있으며, 낚시인들 사이에서는 ‘입질이 폭발적’이라는 표현이 쓰일 정도로 공격적이다.
돌돔은 평균 40~50cm 정도지만 드물게 70cm가 넘는 대형 개체도 잡힌다. 한 번 걸리면 강한 힘으로 버티는 습성이 있어 고급 낚시 장비가 필수로 여겨진다.
고급 일식당에서도 귀한 손님… 돌돔의 맛
돌돔은 우리나라 수산물 가운데 맛과 가격이 모두 상위권에 속한다. 살이 단단하고 탄력이 있어 씹을수록 담백한 맛이 퍼진다. 지방 함량이 낮아 기름지지 않고 깔끔한 맛을 내며, 비린내가 거의 없다. 이런 이유로 일본에서도 ‘이시다이(イシダイ)’라는 이름으로 고급 생선으로 취급된다.
특히 여름철 산란기를 지난 돌돔은 살이 탱탱하고 단맛이 올라 가장 맛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로 먹으면 쫄깃한 식감이 도드라지고, 숙성하면 감칠맛이 깊어진다. 자연산은 바다 환경에 따라 맛이 달라지며, 해조류가 많은 곳에서 잡힌 개체는 특유의 감칠맛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조리 방식도 다양하다. 회 외에도 소금구이, 지리탕, 미역국, 찜 등으로 즐긴다. 소금구이는 생선 본연의 맛을 살리고, 찜은 단백질이 부드럽게 풀려 고소한 맛을 낸다. 특히 머리와 꼬리 부위는 콜라겐이 풍부해 미식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시장에서는 자연산 돌돔이 양식산보다 월등히 높은 값을 받는다. 2024년 기준 주요 수산시장에서 자연산 돌돔은 1kg당 12만~15만 원, 대형급은 50만 원을 넘기도 했다. 한 마리만 사도 30만 원이 훌쩍 넘는 경우가 있어 ‘바다의 한우’로 불린다. 양식산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지만, 특유의 깊은 맛은 자연산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제주 앞바다에 2000마리 방류… 한일 공동 프로젝트
제주에서는 10월 28일, 제32회 한·일해협 연안 시·도·현 수산교류회의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한국과 일본의 수산 행정 기관이 수산자원 회복과 어업 기술 협력을 위해 매년 번갈아 개최해온 국제 교류 프로그램이다.
가장 주목받은 행사는 ‘돌돔 방류’였다. 회의 참가자들은 제주시 조천항에서 돌돔 2000마리를 공동으로 바다에 풀었다. 돌돔은 성장 속도가 느리고 자원 회복이 어려운 어종이라, 실제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제주 해역은 돌돔 서식지로 알려진 곳이다. 해조류가 많고 조류 흐름이 완만해 방류 생존율이 높다. 이번에 방류된 돌돔은 인공 부화장에서 일정 크기 이상으로 성장한 뒤 바다에 투입됐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생존율은 약 70% 이상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일본 양측은 앞으로도 해양 생태계 보전과 어종 복원을 위한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번 돌돔 방류는 단기적 자원 회복보다 장기적 생태 순환 체계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크다. 방류된 돌돔이 성장해 다시 산란기에 돌아오면 자연 증식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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