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진 뒤, 미·중 간 관세 인하와 전략물자 교역 재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57%에서 47%로 낮출 것”이라며 “그 대가로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지속하고, 펜타닐 불법 거래를 단속하며, 미국산 대두 구매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번 합의를 “미국의 일자리와 공급망 안정을 동시에 확보하는 역사적 조치”라 평가하며, 오는 4월 중국을 공식 방문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합의는 사실상 ‘경제안보형 관세 휴전’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급등한 물가와 AI 반도체 공급난을 완화하고, 중국은 수출길을 다시 열어 경기 회복을 꾀하려는 이해가 맞물렸다.
희토류 수출 재개는 미국의 첨단산업 공급망 안정에 직결되고, 대두 수입 재개는 미 중서부 농가의 숨통을 틔운다.
그동안 관세전쟁으로 갈라졌던 생산과 소비의 흐름이 “경제안보 협력”이라는 새로운 질서 속에서 다시 맞물린 셈이다.
이번 합의는 단순한 관세 인하가 아니다. 미국은 AI 반도체·에너지·식량 공급망을, 중국은 희토류·핵심소재·농산물 거래를 재편하면서 양국의 경쟁을 ‘경제적 상호의존을 통한 공진화(co-evolution)’로 전환하려는 신호를 보냈다.
특히 희토류는 AI·배터리·항공 방산에 필수적인 전략 자원이다. 중국이 이를 재수출하기로 한 것은 단순한 무역합의가 아니라, 미국의 산업 패권 재가동을 용인한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환율·관세·투자·안보를 하나로 묶는 ‘경제안보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뉴욕증시는 관세 완화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반등했다.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등 중국 노출도가 높은 기술주가 강세를 보였고, 특히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시가총액이 5조 달러(약 7141조원)를 돌파하며 세계 최대 상장기업으로 올라섰다.
AI 반도체 누적 주문액이 5000억 달러(약 714조원)를 넘어서면서, 중국 시장 접근성 회복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반면 보잉은 차세대 여객기 777X 인도를 2027년으로 연기하면서 49억 달러(약 6조9987억원)의 비용충당금을 반영했다. 다만 항공 수요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어, 미·중 관계 개선이 글로벌 항공 시장의 회복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이번 합의는 미·중이 경제안보를 새로운 패권의 언어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둔화 속에서 에너지·식량 안정을 확보하려 하고, 중국은 경기둔화와 위안화 약세를 돌파하기 위해 대외무역 회복과 외자 유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합의를 “공정무역 회복이자 전략자립의 출발점”으로 규정했지만, 실제 본질은 “경쟁을 제도화한 공존 모델”에 가깝다. 양국은 관세율을 낮추되, 전략품목 교역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쿼터제 통제장치를 병행하는 구조를 선택했다. 이는 2010년대식 ‘무역전쟁’이 끝나고, 2020년대형 ‘경제안보 협력 경쟁’이 본격화된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번 합의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재개는 한국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안정에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미·중 양측이 ‘경제안보 동맹’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높였다. AI·방산·에너지 등 한국이 미국과 추진 중인 협력 구도에도 이번 미·중 협정의 파장이 불가피하게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 무역 전문가는 “이번 합의는 20세기식 보호무역이 아니라, 21세기형 공급망 패권의 조정 모델”이라며 “한미·한중 모두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면 외교가 아닌 회계·투자·기술의 언어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관세 휴전’은 겉으로는 화해이지만, 본질은 ‘체제 간 회계전쟁’의 서막이다. 미국은 관세를 낮추며 시장을 다시 열었고, 중국은 희토류와 대두를 교환하며 숨통을 틔웠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이미 새로운 경쟁이 시작됐다. 세금·환율·관세·공급망, 이 모든 숫자가 국가전략의 변수로 작동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번 합의는 단순한 무역정책이 아니라, 경제안보를 숫자로 구현한 외교의 사업보고서다.
세계의 시선은 이제 ‘관세율’이 아니라 ‘재무제표’에 맞춰지고 있다. 그 장부 위에서, 미국과 중국은 다시 계산을 시작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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