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혔던 조현준 회장의 역점 사업 '효성비나케미컬(Hyosung Vina Chemicals)'이 재무 위기에 흔들리고 있다. 그룹 차원의 대규모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재무 구조는 오히려 악화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그룹 전체 신용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베트남 감사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효성비나케미컬 총부채는 약 1조6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 또한 5600%까지 치솟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지속경영이 불가능한 수준인 셈이다. PwC는 "단기부채가 단기자산을 초과했고 누적적자가 심화돼 회사가 존속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경고했다.
효성비나케미컬은 효성화학이 2021년 약 13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투입해 설립한 베트남 현지 자회사다. 효성비나케미컬은 에틸렌·프로필렌·폴리프로필렌(PP)·수소 등 기초 화학제품과 액화가스 부산물을 생산하는 업체다. 효성화학이 지분 51%를, 나머지 49%는 특수목적법인(SPC) 효성비나제일차가 쥐고 있다.
효성비나케미컬은 조현준 회장이 직접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공언하며 추진해온 핵심 프로젝트다. 그러나 효성비나케미컬은 △2021년 725억200만원을 시작으로 △2022년 3137억2100만원 △2023년 2594억4700만원 △2024년 2321억원 등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손실액만 1조원에 육박한다.
효성비나케미컬은 조현준 효성 회장의 역점 사업으로 출범한 만큼 그룹 차원 자금 수혈을 받아왔다. 효성화학은 올해 7월 효성비나케미컬의 3151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앞서 4월에는 효성비나케미컬 지분 49%를 효성비나제일차에 PRS 방식으로 매각해 3798억원을 조달했다.
지난해에는 유동성 강화를 위해 2060억원을 출자했으며 올해 2월에도 272억원을 추가 출자해 5777억원을 빌려줬다. 또 올해 8월 304억원 규모 단기자금을 추가 지원했다. 채무보증 방식으로도 효성비나케미컬을 지원했다. 올해 7월 22일 효성화학은 효성비나케미컬에 대한 835억원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효성화학은 2023년에도 911억원 규모 채무보증에 나선바 있다.
효성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효성비나케미컬의 재무상황은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효성비나케미컬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조 회장의 베트남 거점사업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2007년부터 베트남을 글로벌사업 거점으로 삼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효성그룹은 효성비나케미컬뿐만 아니라 효성티엔씨, 효성TNS 등의 베트남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조 회장의 베트남 투자는 지속될 전망이다. 조 회장은 올해 7월 베트남 대사관을 방문한 것에 이어 팜민찐 베트남 총리와 회담을 갖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회담 자리에서 조 회장은 베트남에 대한 투자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효성의 베트남 사업 대부분이 실적악화를 겪고 있지만 조 회장의 의지는 변하지 않은 것 같다"며 "올해 8월에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효성화학이 효성비나케미컬에 300억원대 규모 단기 자금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사업을 이어가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석유화학 업황이 좋지 않은 만큼 투자에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석유화학 업계 전반이 경기 침체에 빠져 있다"며 "지금 기업을 살리기 위해 지원하는 것은 좋지만 업황을 살피며 투자보다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효성그룹은 효성비나케미컬의 재무 위기 분석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효성 관계자는 "효성비나케미컬은 정상 운영 중이다"며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석유화학 시황이 회복되면 실적도 반등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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