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핼러윈을 하루 앞두고 도심 인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한 디지털 기반 재난·안전 시스템 도입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메타버스·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트윈이 위기관리 체계를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측으로 전환하며 도시 안전 패러다임을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9일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에서 “생명안전기본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국가의 책무를 입법으로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부에서도 인파 관리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겠다는 기조가 제시됐지만, 사전 예측 기반 안전체계 구축과 법제화는 아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CCTV·센서 등에서 수집한 현장 데이터를 가상 공간에 실시간 복제해 위험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대피 경로를 최적화하며 사고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다. 실제 2017년 인천 해저터널 침수 원인을 규명하는 데 활용된 데 이어 서울 우면산 산사태, 부산 해운대 침수 등 각종 사고 분석에 기여하며 효용성을 입증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는 인파사고를 재난관리 법령에 포함하고 지자체에 안전관리계획 수립과 재난상황실 상시 운영을 의무화하는 등 대응 체계 보완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모니터링 중심의 조치에 머물러 군중 흐름을 예측해 사고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기술 기반 안전체계로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23년 정부의 ‘디지털 공공서비스 혁신 과제’ 공모는 이태원 참사 후속 조치로 ICT 기반 인파 안전 기술을 발굴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그러나 해당 공모에서 재발 방지 관련 연구과제 7건이 모두 탈락. 정부가 ‘다중 밀집 사고 예측 기술 지원’을 표방했지만, 선정된 과제는 복무 관리·직업체험 등 주제에 집중되면서 정작 시급한 인파 안전 분야는 뒷순위로 밀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AI·빅데이터 기반 군중 예측 기술 개발은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길 전산학부 교수 연구팀은 군중 이동 경로와 밀집 변화를 시간·공간 데이터로 동시에 분석하는 ‘3차원 군중 예측 AI’를 구축, 기존 대비 최대 76.1%까지 예측 정확도를 높였다. 단순 현장 인원수 파악을 넘어 유입·이동 방향과 시간대별 혼잡 패턴까지 사전에 읽어 위험 구간을 조기에 특정할 수 있다는 평가다.
지방정부도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 고양시는 국비 200억원이 투입된 스마트 재난안전 시스템을 통해 유동 인구 실시간 분석, 침수·산불 예측 디지털 트윈, 드론 자동 감시체계를 구축했다. 위험 수준이 감지되면 자동 출동 요청과 차단벽 작동까지 연계해 대응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광주에서는 AI 안전 설루션 기업 퀸트가 전시시설을 대상으로 군중 밀집 분석과 자동 경보 기능을 실증하며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정부 차원의 실증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는 2023~2025년 360억원을 투입해 충청권에 메타버스 기반 디지털 재난안전 체계를 구축는 중이다. 충북(산업안전)·충남(도로·생활안전)·대전(도시안전)·세종(시설안전) 등 지역별 수요에 맞춘 맞춤형 위기관리 플랫폼이 핵심이다.
산업계에서도 세계 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디지털 트윈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이트는 입자 기반 시뮬레이션 플랫폼 ‘NFLOW’로 좁은 골목·지하 공간 등 복잡 지형에서도 정확한 군중·재해 분석이 가능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격자 방식의 한계를 넘어 대규모 물리 현상 시뮬레이션에 특화된 것이 특징이다.
라온피플은 AI 머신비전 기반 피플 카운팅·위험도 분석 기술을 교통 혼잡 관리와 보안 감시 체계에 적용, 실시간 군중 흐름 예측 성능을 높였다. SK에코플랜트는 도시 기반 시설 데이터를 통합한 안전 관리 플랫폼을 구축하며 배수·전력 등 인프라 상태와 인파 밀집 정보를 연계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활용 대상을 넓혔다.
AI 재난안전 설루션 기업 퀸트는 전시시설 실증을 시작으로 대형 쇼핑몰·물류센터 등 다중이용시설까지 설루션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배성훈 퀸트 대표는 “디지털 트윈의 가치는 현실의 위험을 가상에서 먼저 재현해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AI 기반 안전 관리가 자리 잡으면 시민 신뢰와 공공시설 안전 수준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은 군중과 차량 등 다양한 동적 객체의 행동을 가상 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기술로, 혼잡도 분석부터 시간대별 이동 추적까지 위험 징후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다”며 “실시간 대응은 물론 이후 상황 전개를 예측해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좁은 골목이나 지하철역, 초고층 건물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최적의 대피 경로를 즉시 제시하는 기술이 필수”라며 “디지털 기반 인파 관리 시스템이 정착하면, 위험 신호 포착 즉시 인파를 분산시키는 등 피해 최소화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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