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올해 잇따른 해킹 사고로 홍역을 치른 이통3사가 SK텔레콤을 시작으로 최고경영자(CEO) 교체와 연말 인사에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SKT는 30일 4년 만에 새 수장으로 법조인 출신 정재헌 대외협력사장을 선임했다. 2020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직을 내려놓고 SKT에 합류한 정 신임 사장은 이후 그룹 내 주요 요직을 거치며 경영 감각을 쌓아왔다. 특히 지난 4월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고 당시 고객 신뢰 회복과 정보보호 체계 재정비를 주도했다.
SKT는 “법률가 출신 경영인으로서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는 정 사장이 조직 내실과 대외 신뢰 회복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해킹 여파로 3분기 영업이익이 90% 이상 급감한 상황에서, SKT가 법률·규제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로 해석하고 있다.
KT는 김영섭 CEO의 연임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CEO는 국정감사 기간 내내 해킹 사고 책임론에 휘말리며 여야 의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사고 수습 이후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론의 비판이 거세 연임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김 CEO의 임기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다. KT는 CEO 연임 여부를 확정한 뒤 임원 인사를 단행하는 구조여서 새 CEO 결정이 늦어질 경우 연말 조직개편이 지연될 가능성도 높다.
홍범식 LG유플러스 CEO는 이제 취임한지 1년 정도가 지난 상황이라 자리를 보존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LG유플러스 수장 중 취임 후 1년 이내에 교체된 사례는 없다. 특히 홍 CEO는 AI 기반 신규 서비스 확대를 통해 실적을 끌어올리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은 30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다. 다만 LG유플러스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 과정에서 서버 운영체제(OS)를 업데이트 한 사실이 드러나 해킹 의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특히 과거 경쟁사 해킹 사태 당시 ‘보안이 우수한 통신사’ 이미지를 강조하며 마케팅을 벌였던 점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기태현 KCA 이사는 "OS 재설치시 해당 날짜의 데이터는 사라지는데 보안사고와 관련된 유의미한 날짜 직후에 OS를 재설치한 건 의도적 조작 가능성이 높다"라고 의심했다.
업계는 해킹 사고 여파로 실적 악화와 함께 경영 리스크가 커지면서 연말 인사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9일 KT가 소액결제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한 보상안을 발표한 가운데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 결과에 따라 SKT처럼 전 고객을 대상으로한 추가 보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LG유플러스 역시 23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해킹 피해 정황을 신고하며 조사에 들어갔다. 거버넌스 불안이 해킹 대응 과정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늦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는 이번 연말 인사 키워드로 ‘보안’을 꼽는다. 해킹으로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세 통신사 모두 정보보호 인력과 보안조직 강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SKT는 사고 이후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와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 직제를 분리했고 LG유플러스는 지난해 해킹 이후 외부 보안 전문가인 홍관희 센터장을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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