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하 기업은행)의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후임 인선에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정부의 금융정책 기조가 과거 정부와는 딴판인데다 김 회장 임기 동안 크고 작은 구설수가 끊이지 않은 만큼 능력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벌써부터 차기 행장 후보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고 있으며 특히 더불어민주당 정권과 인연이 깊은 외부 출신 인물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구체적인 이름까지 언급되는 인물도 등장했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책금융기관의 구조상 정부의 정책 방향이 인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은행 내부에서는 오랜 경험을 갖춘 내부 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목소리가 높아 향후 회장 인선을 둘러싼 파열음이 불거져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文·李 '금융책사' 도규상 차기 기업은행장 유력설 확산, 사내 여론은 "내부 출신 선호"
금융권 등에 따르면 김 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 2일 종료된다. 30년 넘게 기업은행에서만 근무한 김 행장은 임기 3년 동안 실적 측면에서는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음에도 연임 가능성은 낮게 평가되고 있다. 내부통제 부실에 기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내부 출신 회장의 봐주기 논란까지 불거졌던 탓이다. 일례로 지난 3월 총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건이 퇴직 직원, 현직 직원, 친인척 등의 조직적 공모로 발생한 사실이 드러난데 이어 은행 내부에서 이를 은폐 또는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일련의 사안들로 김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는 전망이 많아지면서 차기 행장 후보에 대한 관심 또한 덩달아 커지고 있다. 현재 차기 행장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평가받는 인물은 외부 출신인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다. 도 전 부위원장은 문재인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국장,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22년 윤석열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직에서 물러났다.
도 전 부위원장은 이재명정부와도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 후보 캠프의 정책 싱크탱크에 참여하며 공약 발굴과 정책 제언을 담당했다. 정부 출범 초기에는 금융정책 밑그림을 그린 공로를 인정받아 유력한 차기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후보로도 거론되기도 했다. 도 전 부위원장을 두고 현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정부 정책과 연계된 직책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회가 최종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최근 또 다른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 행장 인사에서도 정부 측근 인사가 발탁된 점은 이러한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지난 9월 금융위원회는 신임 산업은행장으로 박상진 전 산업은행 준법감시인을 선임했다. 박 행장은 이 대통령과 같은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사법시험 고시반에서 함께 공부하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박 행장은 고시를 포기하고 1990년 산업은행에 입사했다. 산업은행장 역시 한국산업은행법 제13조에 따라 금융위원회 위원장 제청 후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선임된다.
내부 출신 회장이 지닌 치명적인 부작용 방지 차원에서라도 외부 출신 인사를 발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는 가운데 정작 기업은행 내부에선 오랜 경험을 갖춘 내부 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 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함량 미달 측근·보은 인사에 의한 인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업은행 노동자에게 중요한 것은 행장의 출신보다 얼마나 조직을 잘 알고 어떻게 바꿀 것 인지다"고 강조했다. 한 기업은행 내부 직원 또한 "회사 사정을 잘 아는 내부출신이 보다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다는 게 대다수 직원들의 생각이다"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미 내부 출신의 부작용이 드러난 만큼 외부 출신 발탁 가능성은 높게 보면서도 내부 직원의 반발 때문에라도 능력과 자질을 갖춘 신중한 인사 발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장 인사는 단순한 자리 배치가 아니라 정책금융의 전략적 방향과 맞물려 있다"며 "도 전 부위원장과 같은 외부 출신 인사가 임명될 경우 정부 정책과 연계한 조기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내부 조직과의 조율 문제는 숙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라는 특성상 최고경영자(CEO) 임명이 일반 시중은행보다 매우 중요한데 이러한 인사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전략적 방향 설정과 직결된다"며 "외부 출신 인사는 정책 신속성과 정부 기조와의 연계에서 강점을 가지지만 내부 조직과의 소통과 안정적 운영 측면에서는 내부 출신이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행장 선임 과정에서는 정책 연계성과 조직 안정성 사이의 균형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안과 관련,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장 인사는 금융위원회와 대통령이 결정하는 사항으로 회사나 금융당국 모두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고 현재로서 하마평이 들리는 인물들에 대해 확실히 '맞다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은행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만큼 최종 결정은 정책 방향과 조직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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