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 건조, 원자력협정·소형원자로 개발 등 난제부터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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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 건조, 원자력협정·소형원자로 개발 등 난제부터 풀어야

이뉴스투데이 2025-10-30 15:53: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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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핵추진 잠수함 건조 논의가 법적·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중심으로 국가적 이슈로 떠올랐다.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가운데 트럼프 미 대통령이 30일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공식 승인하면서 국산 핵추진 잠수함 프로젝트가 기술적·법적 검증대에 오르게 됐다.

알려진 것처럼 핵잠수함은 단순한 무기체계가 아니라 기술과 외교, 전략이 맞물린 복합적인 과제다. 원자로를 동력으로 사용해 일정 시간마다 부상해야 하는 디젤 잠수함과 달리 수개월 동안 수중에서 작전할 수 있어 은밀성과 지속성이 탁월하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전문가들도 핵잠수함을 ‘보이지 않는 억제력’이라 부른다. 특히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이 높아지고 있고, 일본과 중국 등 인접국 해군의 활동 반경도 넓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억제력은 현실적인 전력으로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핵잠수함 확보는 단순히 결심만으로 가능한 사안이 아니다. 우선 한미 양국이 원자력 연료 이용에 관해 맺은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군사적 목적으로 핵물질을 이용하지 못한다. 대신 우라늄 농축도가 20% 미만인 경우, 양국 고위급 위원회의 서면 합의 하에 농축할 수 있고, 미국이 제공한 원자력 기술을 사용할 때 평화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원자력 전문가에 따르면, 통상 핵잠수함용 연료로 쓰이는 우라늄은 고농축일수록 교환주기기 길어진다. 예컨대 미 해군의 핵잠수함에는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이 사용돼 사실상 잠수함이 퇴역할 때까지 우라늄을 교환할 필요가 없다. 물론 저농축 우라늄으로도 핵잠을 건조할 수 있다. 프랑스 해군의 루비급(Rubis class) 잠수함이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핵잠수함 건조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인 셈이다.

프랑스 해군의 루비급 핵추진 잠수함. [사진=프랑스 해군]
프랑스 해군의 루비급 핵추진 잠수함. [사진=프랑스 해군]

이에 대해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공식 승인했지만, 이를 장밋빛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면서 “까다로운 실무 협상과 외교적 과제도 풀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고 있다. 그나마 원자로가 군사 목적의 장비에 탑재되지만,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사찰 예외 절차를 따로 적용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캐나다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해 IAEA와 협의를 시도했지만 합의에 도달한 국가는 아직 없다. 그런 만큼 정부가 핵잠수함 건조를 추진하려면 IAEA와의 협의에서 핵연료 이동·보관·회수 과정의 투명성을 완벽히 보장해야 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도 비핵보유국이 핵무기나 핵물질을 군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행히 핵추진 잠수함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은 없지만, 핵잠수함 건조 목적이 핵무기와 무관하다는 점을 국제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저농축 우라늄(LEU) 기반 추진체계 사용과 핵연료 회수 협정 체결, IAEA 동시 감시 시스템 구축 등 세부 조치 등이 필요하다. 프랑스는 이 중 저농축 연료를 사용하는 방식을 채택해 핵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었다.

이 대통령도 29일 한미정상회담 자리에서 “연료 공급을 허용해 주면 한국 기술로 재래식 무기만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 동·서해 방어에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논평을 통해 “한국이 기술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핵추진 잠수함 개발은 외교적 조율 없이는 지역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가장 복잡한 원자력 공학 분야의 도전으로 꼽힌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잠수함 원자로의 소형화, 방사선 차폐 설계, 급격한 출력 변화 대응, 저소음화 등 복수의 기술적 난관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특히 원자로는 좁은 선체 내부에서 승조원의 피폭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해상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전성과 신뢰성을 유지해야 한다. 기존의 상업용 발전 원자로와 달리 수중에서 3차원 기동을 하는 잠수함에서는 연료 교체 주기, 고장·출력 변동 등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기술적으로 가장 난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이 추진 중이지만 아직 선박 원자로 시험운용 전례가 없어 향후 잠수함용 소형원자로를 개발하는 데는 최소 10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숙련된 전문 인력과 부품 수급을 위한 공급망, 유지보수체계 등에 관한 국내 조선·원자력 업계의 협업도 핵잠수함 건조에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인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한미 정상 간 합의는 사실상 출발점”이라면서 “향후 양국 간 세부적인 협상과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협의가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핵심적인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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