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에만 1조8천212억원 영업익 감소…"협상 타결로 年 관세 7천800억↓"
고수익 차종·주요 시장 판매 선전…경쟁력 강화·기술 혁신으로 지속 성장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국내 완성차 선두 기업 현대차가 올해 3분기 미국의 자동차 관세를 오롯이 떠안으면서 작년 동기보다 크게 후퇴한 실적을 냈다.
매출은 분기 최고 기록을 썼지만, 지난 4월부터 부과된 25% 자동차 관세 비용이 3분기부터 처음으로 온전히 반영되면서 작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 폭은 전분기보다 더 커졌다.
다만 현대차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향후 관세라는 모래주머니를 어느 정도 내려놓고 뛸 수 있게 되면서 4분기 이후에는 실적 반등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한 달여 전부터 먼저 15% 관세를 받은 미국 시장 내 최대 경쟁자 일본·유럽 브랜드와 앞으로는 동등한 조건에서 겨룰 수 있게 되면서다.
현대차, 오늘 3분기 실적 발표(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30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미국의 대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총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하는 방안에 합의했으나 후속 협의에 난항을 겪어왔다.
한미는 지난 29일 대미 투자금 중 2천억달러를 현금 투자하되, 연간 한도를 200억달러로 제한하고, 대미 투자에 대한 '상업적 합리성'을 문건에 명시하기로 하는 등 내용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자동차 관세도 25%에서 15%로 인하될 예정이다. 2025.10.30 xanadu@yna.co.kr
◇ 3분기 관세에 2분기의 배 넘는 타격
현대차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매출 46조7천214억원, 영업이익 2조5천373억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8% 늘어 역대 3분기 기준 최대였다. 기존의 최대 기록인 작년 3분기(42조9천283억원)를 뛰어넘었다.
영업이익은 미국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29.2%라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작년 동기보다 2.9%포인트 낮아진 5.4%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3분기에만 1조8천212억원의 영업이익 감소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관세 영향이 시작된 올해 2분기에는 영업이익 감소분이 8천282억원이었는데, 관세 부과 전 쌓아둔 재고가 소진되면서 그 2.2배에 달하는 타격을 입은 것이다.
2∼3분기 현대차에 덮친 관세 파고는 4분기 이후 상당 부분 완화할 전망이다. 전날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따라 올해 말 혹은 내년 초부터 25%에서 15%로 낮아진 관세를 적용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통상 발효까지는 1∼2달이 걸리는 만큼 오는 12월이나 내년 1월부터 발효가 예상된다.
특히 내년에 현대차가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관세 비용이 크게 줄어들며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차그룹이 계속 25%의 관세를 물 경우 연간 8조4천억원의 손실을 보겠지만 15%로 낮아진다면 비용이 5조3천억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증권은 현대차만 보면 올해 3조1천억원인 관세 비용이 내년에는 2조3천억원으로 7천8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증권은 "미국에서 일본 자동차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가 크다"며 "내년 현대차·기아는 도요타가 독점 중인 대형 하이브리드 시장 진출로 점유율을 추가로 확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경우처럼 관세 인하가 소급 적용될 경우 관세 비용 최소 수천억원을 추가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미국은 지난달 24일 유럽 자동차 관세를 인하하며 8월 1일로 소급 적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소급 적용 시점이 11월 1일일 가능성이 높으나 명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11월로 소급 적용이 된다는 전제로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 주요 시장 호조·고수익車로 실적 방어…친환경차 판매 25%↑
현대차는 관세 타격 속에서도 주요 시장의 판매 호조와 친환경차 등 고수익 차종의 선전으로 실적 감소 폭을 최대한 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매 기준 미국 시장 판매량은 25만7천대로 전년 동기 대비 2.4% 성장했다. 특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판매가 작년 3분기 6만1천대에서 올해 3분기 7만1천대로 16.4% 증가했다. 지난달 말 전기차 지원 정책이 종료되기 전 판촉을 강화했고,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도 호조세를 보이며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대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20.4%)을 달성했다.
현대차는 신형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를 본격 확대해 미국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유럽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8.3% 늘어난 15만대를 판매했다. 친환경차 판매는 5만2천대에서 7만4천대로 42% 늘며 전체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49.3%) 차지했다. 인스터와 아이오닉9 등 신차 출시에 힘입어 전기차 비중은 11.4%에서 22.1%로 2배 가까이 높아졌다.
국내 시장에서도 17만대에서 18만1천대로 6.3% 증가했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가 3분기에만 1만3천여대 팔리는 등 호조를 보이며 하이브리드차 비중이 22.3%에서 25.7%로 올랐다.
현대차의 올해 3분기 글로벌 시장 친환경차 판매량은 25만2천343대로, 전년 동기보다 25% 증가하며 수익성을 높였다. 이 가운데 전기차는 약 25% 증가한 7만6천153대가, 하이브리드차는 23% 증가한 16만1천251대 판매됐다.
현대차는 미국 관세 부담은 상당 부분 덜게 됐지만 여전히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관세를 적용받던 데 비하면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다. 또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 판매 둔화가 이어지는 등 난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이에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품질·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에 최선을 다해 지속 성장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대내외 리스크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상황별 대응 계획)을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해 전년 대비 연간 매출 5∼6% 성장, 영업이익률 6∼7% 달성이라는 가이던스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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