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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역린’ 속 중용 23장을 인용한 마지막 대사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한미 관세협상을 위해 비행기에 오를 때마다 이 영화를 매번 다시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협상에서 작은 것 하나라도 정성을 들이면 대한민국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란 일념에서다.
지난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기 까지는 우리 정부의 강력한 설득이 있었다. 한때 ‘노딜’ 전망까지 나왔던 한미 관세 협상 결과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담판으로 물꼬가 트이면서 타결에 도달했으나, 그 실마리를 푼 중심에는 김 장관의 역할이 컸다.
김 장관을 필두로 한 대미 협상단은 지난 3개월 동안 진행한 장관급 회담만 23차례에 달했다. 그는 관세 협상 초기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출장 일정을 따라 미국에서 스코틀랜드까지 이동하며 집요한 협상 의지를 내비쳤는가 하면, 최근에도 ‘무박 2일’ 일정도 아랑곳 않고 방미길에 올라 협상에 임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김 장관을 콕 짚어 “매우 터프한 협상가(very tough negotiator)”라고 평가할 만큼 미 행정부에 ‘강한 협상가’로서의 존재감을 남겼다.
이번 합의로 자동차 및 부품 품목 관세율이 15%로 인하되며 상호관세는 기존 합의대로 15%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관세협상의 발목을 잡아온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는 2000억달러를 현금 투자하되,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정하며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실리적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김 장관이 설계한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에 투입되는 1500억 달러에 대해서는 우리 기업 주도로 투자가 이뤄지게 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김 장관은 협상 과정에서 상대방 태도와 상황에 맞춰 여러 시나리오별로 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고, 강경한 미 측 요구에도 유연하되 단호하게 대응하는 균형감각이 돋보였다”면서 “‘협상 100일’이라 불릴 만큼 그의 집요하고 총력전 성격의 리더십이 협상 타결의 핵심 원동력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외환시장과 투자 여건을 반영한 합의문을 도출한 것은 미일 합의와 차별화되는 큰 성과로 평가된다”면서 “김 장관이 물밑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정상회담을 통한 톱다운 방식의 협상이 실질적인 물꼬를 튼 결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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