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총리 안 본다더니…트럼프 "좋은 대화 나눴다"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 등 한국 방문 기간동안 캐나다와 무역협상을 할 의사가 없다고 못박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이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오른쪽 시계방향으로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국빈 방한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젯밤(29일) 그와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카니 총리는 전날 열린 APEC 만찬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캐나다 CBC방송은 두 정상이 같은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건배를 나눴지만 실질적인 대화는 전혀 없는 냉랭한 모습을 연출했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이 직접 만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온타리오주의 관세 반대 TV 광고로 무역 협상을 취소한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인용한 광고를 통해 미국의 관세 정책을 비판한 것에 격분했다. 이에 지난 23일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을 전격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파장이 커지자 다음날 온타리오주는 문제가 된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잘못된 것을 알고도 광고를 바로 중단하지 않았다면서 캐나다에 관세 10% 추가 인상을 선언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10% 추가 관세 적용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지켜보자”고만 답했다.

카니 총리는 APEC 만찬 후 캐나다 취재진의 질문에 “모든 대통령들과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짧게 답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실제 대화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CBC방송은 전했다.

캐나다 총리실은 전날 밤 늦게 성명을 내고 “총리는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참석자들과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한국 도착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물어보는 사람들을 위해 (얘기하자면), 우리는 캐나다를 보러 한국에 온 것이 아니다!”라며 비꼬는 듯한 게시글을 남기며 캐나다와 무역협상에 거듭 선을 그었다. 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하는 카니 총리와는 당분간 무역협상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발언을 되풀이한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에도 카니 캐나다 총리를 당분만 만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방문을 마치고 일본 도쿄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과 만나, APEC 정상회의 기간 카니 총리와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현재 캐나다와 맺은 합의에 매우 행복하다. 그냥 내버려두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백악관은 지난 8월 캐나다에 관한 관세율을 25%에서 35%로 인상했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규정에 적용되는 상품들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 대부분의 캐나다 상품에는 이 세율이 적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