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9일(현지 시각) 한미 무역 합의를 소개하면서 반도체 관세가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한국 정부 설명과 어긋난 메시지를 내놨다. 미국이 반도체를 핵심 지렛대로 삼아 추가 압박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합의에서 반도체 관세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주요 경쟁국인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 적용을 합의했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 발언대로라면 관세 조건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거나, 이후 협상 카드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이미 반도체 관세 도입을 추진 중이며 공식 발표가 임박한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작된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정책이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국익 우선주의 형태로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를 활용해 한국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며 “특히 HBM·파운드리 주도권 경쟁이 격화된 시점이어서 산업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같은 게시물에서 “한국은 시장을 100% 완전 개방하는 데 동의했다”고도 주장했다. 쌀·소고기 등 민감 품목 개방을 막았다는 한국 정부 설명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부 정치용 메시지”라는 평가와 함께 공식 문서 서명 전까지 해석 차이가 계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목되는 대목은 대미 투자 3500억달러(약 500조원) 활용 계획이다. 러트닉 장관은 “대통령 지시로 승인될 것이며, 미국에서 최소 1500억달러 규모의 선박 건조가 진행된다”고 전했다.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통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까지 언급했다. 나머지 투자도 첨단 제조, 핵심 광물, AI, 양자컴퓨팅 등 미국 전략산업에 집중될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관세·보조금·투자 연계 방식 등에서 공식 문안 조율 과정의 파열음 가능성이 남아 있다. 미국의 국익 우선 정책이 강화될 경우 한국 반도체가 대만·일본과의 직접 비교 속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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