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곽호준 기자 |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자동차 관세율이 15%로 합의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30일 대통령실 발표를 종합하면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 실장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한미 무역 합의 이행을 위한 법안 절차가 본격화되며 새로운 관세율이 적용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로 국내 완성차 업계는 단순한 비용 절감 효과를 넘어 미국 시장 내 가격 전략과 브랜드 포지셔닝 전반을 재정비할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면서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평균 수출가격은 2만4000달러(약 3414만원) 수준"이라며 "기존에는 대당 830만원(환율 1400원 기준)의 관세가 부과됐지만 인하 후에는 약 500만원 수준으로 축소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연간 수입대수가 각각 65만대, 45만대로 기존 25% 관세율에서 부담액이 각각 5조4000억원과 3조7000억원이었으나 인하 후에는 3조3000억원, 2조2000억원으로 감소한다"며 "각각 2조2000억원, 1조500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부품 수입 관세와 현지 생산 면세 혜택(MSRP)을 포함하면 절감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송 연구원은 "미국 내 공장으로 들여오는 부품 관세비용과 현지 생산에 대한 면세 효과를 고려하면 총 관세비용은 현대차 2조5000억원, 기아 1조7000억원, 합산 4조2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며 "순이익 기준으로 각각 1조8000억원, 1조3000억원 개선돼 기존 추정치 대비 17%, 14% 상향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관세 인하가 완성차 업계의 단기 수익 개선을 넘어서는 변화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동화와 고급화 중심의 장기 전략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절감된 관세 부담이 아이오닉6, EV9, GV70 EV 등 주요 전동화 모델의 경쟁력 확대와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 여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관세 인하는 가격 경쟁력 회복의 출발점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력과 브랜드 신뢰도 중심의 구조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며 "절감된 재원을 전동화·고급화 투자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 향후 성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 받고 있는 일본·유럽 브랜드는 미국 내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 관세 인하 효과가 제한적이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주요 수출 차종을 국내에서 생산해 비용 절감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 완성차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한국산 완성차의 불리한 관세 구조가 해소되면서 미국 시장의 가격 경쟁 구도가 점차 균형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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