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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의 운영사 신세계디에프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DF2(주류·담배) 권역에 대한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했다. 내년 4월 28일까지 운영한 뒤 계약을 종료한다. 철수 배경으로는 수익성 악화와 인천공항공사와의 임대료 조정 실패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앞서 신라면세점도 지난달 1900억원 규모의 위약금을 부담하며 DF1(화장품·향수)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핵심 권역 두 곳을 운영하던 면세점들이 잇따라 중도 철수를 선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신라·신세계는 2023년 입찰 당시 객단가 기반 임대료 조건으로 공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고환율과 중국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가 이어지면서 사업 기반이 흔들렸고,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양사는 이를 근거로 인천지방법원에 민사조정을 신청하며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지만, 공사가 법원의 조정 권고 이후에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결국 사업권을 내려놓게 됐다.
공사 역시 이들 사업자의 철수를 예견해왔던 만큼 후속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내달 중 DF1·DF2 권역에 대한 재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현재 DF1·DF2 권역 재입찰 공고를 연내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입찰 조건과 기준은 내부 용역을 통해 재산정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과 업계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입찰 흥행 여부가 이번 판의 핵심이다. 기존보다 낮은 가격으로 사업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공사가 최소 입찰 임대료를 낮추는 등 ‘당근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무엇보다 DF1, DF2 두 권역 모두 여객 동선과 임대 면적 기준에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핵심 구간으로 분류된다. 업계에선 이번 입찰이 기존 수익 구조를 전면 재검토하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입찰은 국내 ‘면세 빅4’(롯데·신라·신세계 ·현대)의 치열한 셈법 경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2023년 입찰에서 고배를 마셨던 롯데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두 회사는 당시 무리한 입찰을 자제했던 만큼 자금 여력이 비교적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올해 2분기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고, 현대백화점면세점 역시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신라와 신세계도 재입찰 참여에는 제약이 없다. 과거보다 낮은 입찰가로 동일 권역에 다시 진입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이전 임대료 갈등이 정성평가 항목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정성평가는 가격 외에도 브랜드 신뢰도, 서비스 품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구조인데, 공사와 갈등을 겪었던 것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이번 입찰의 최대 변수는 글로벌 1위 면세사업자 중국 CDFG의 참여 여부다. 2023년 입찰에도 모습을 드러냈던 CDFG는 최근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일본·베트남 등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국내 면세점들이 ‘최대한 효율적인 금액’을 고민하며 눈치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CDFG는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오히려 공격적인 입찰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 대상이다. 일각에선 중국 브랜드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국내 면세업체와 합작법인(JV) 형태로 진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입찰이 단순한 경쟁을 넘어, 면세업계 구조 개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면세점 운영 손실을 사업자 책임으로만 떠넘기고, 공사는 수동적으로 입찰을 관리하는 구조라면 시장은 더 얼어붙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입찰은 단순한 사업자 교체가 아니라, 공항공사와 기존 면세점 모두가 사업 모델을 구조적으로 재정비할 수 있느냐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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