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수급 안정인가 공급 경쟁인가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공공주택, 수급 안정인가 공급 경쟁인가

직썰 2025-10-30 14:00:00 신고

3줄요약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직썰 / 임나래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1~12월 두 달간 약 7000가구의 공공분양을 내놓고 하반기 민간참여사업(민참) 규모를 1조4000억원으로 확정하며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공주택이 본래 시장의 ‘수급 안정장치’인 동시에 주택 ‘공급정책’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닌 만큼, 단기 물량 확대는 분명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누적된 재무 부담과 민참사업의 불확실성, 정책 컨트롤타워의 공백이 겹치며 ‘2030년 수도권 135만호’ 목표의 실현 가능성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공공주택 공급의 ‘속도전’이 지속 가능한 주거정책으로 이어지려면 단기 실적보다 중요한 것은 ‘계획의 신뢰성’과 ‘이행력’이다. 공급 주체인 LH와 민간 건설사, 그리고 입주를 계획하는 소비자 모두가 “이 계획이 실제로 작동할 것인가”라는 불확실성 속에 머물러 있다면, 숫자로 제시된 목표는 그 자체로 신뢰를 잃게 된다.

◇‘속도’는 있다, 그러나 ‘기반’은 약하다

이번 LH의 연말 분양·민참 병행 전략은 명확한 의도를 담고 있다.

‘체감 가능한 물량으로 시장 안정 기대 심리 부양’, ‘공공(시행)과 민간(시공·자본)의 투트랙 가동으로 공급 가속화’다. 그러나 공급의 속도를 뒷받침할 구조적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따르면 LH의 부채는 올해 6월 기준 165조2000억원, 부채비율은 222%에 달한다. 토지 확보와 인프라 조성에 대규모 선투입이 필요한 구조상 부채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고금리·분양가 상한제·미분양 증가가 맞물리면 자금 회수 속도는 급격히 늦어진다. 공공임대 비중이 높을수록 임대수입은 안정적이지만, 현금 회전율이 낮아 단기 유동성 압박이 커지는 구조다.

◇민간참여사업, 참여는 확대되지만 수익성은 불투명

민참사업은 양면성을 가진다. 안전 규제 강화와 자재·인건비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은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지만, 건설경기 침체로 신규 프로젝트가 줄어든 만큼 참여를 완전히 피하기도 어렵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일감이 급감한 상황에서 참여 자체는 불가피하다”면서도 “수익이 남지 않는 구조라면 참여 범위와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급형 사업 구조는 공사비 지급이 보장되면서 리스크 완화 효과가 있지만, 공사 지연이나 원가 변동이 발생할 경우 공사비 재산정 부담은 다시 LH로 돌아온다.

◇컨트롤타워 공백과 이행력의 문제

국토교통부 1차관의 사퇴로 정책 컨트롤타워가 공백 상태인 것도 변수다. 인허가 이후 착공·분양·준공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연속성이 흔들리면, ‘공급계획’은 숫자로만 남게 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승인된 민참 공공주택 6만6491가구 중 실제 착공은 27.4%인 1만8221가구에 그쳤다. 인허가 단계에서 멈춰 있는 사업의 숫자는 계획의 신뢰성이 시장에서 이미 흔들리는 방증이기도 하다.

◇공급의 양보다 실행의 질, 신뢰 회복이 관건

건설업계는 “건설은 단기 성과 산업이 아니라 장기 프로젝트 중심 산업”이라고 강조한다. 제조업과 달리 초기 자본 투입이 크고 금융리스크가 뒤따르기 때문에, 계획의 신뢰성과 실행의 연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공공주택 공급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시장 안정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얼마나 빨리 공급할 것인가’보다 ‘얼마나 확실하게 이행할 것인가’가 시장 신뢰를 좌우한다. 계획의 신뢰성은 단순한 행정 목표가 아니라, 공급 주체와 수요자 모두가 예측 가능한 환경 속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의 계약’이다.

결국 공공주택은 ‘수급 안정’과 ‘공급 확대’라는 두 축 위에 서 있다. 속도전이 아닌 신뢰전으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지속 가능한 추진 구조를 설계하지 않는다면, 공급의 양이 늘어나도 시장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