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현장이 인공지능(AI) 기술을 만나 그야말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 품질검사나 예지보전을 숙련공의 '감(感)'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AI가 생산 전 과정을 데이터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지능형 생산 체계(Intelligent Manufacturing)'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불량률은 극적으로 줄고 다운타임은 최소화된다. AI가 공장의 '눈과 귀, 그리고 두뇌'가 되면서, 제조업이 다시금 AI 혁신의 최전선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러한 산업 대전환에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의 'AI 자율제조 전략 1.0'에 이어, 10월 24일 중소벤처기업부가 'AI기반 스마트 제조혁신 3.0 전략'을 전격 발표하며 K-제조업의 심장인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나섰다.
중기부는 "AI가 현장을 직접 학습하고 판단하는 3.0 단계의 제조혁신으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하며, 2030년까지 5만 개 중소 제조공장에 AI 솔루션을 보급하고 스마트공장 고도화율을 50%까지 확대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놓았다.
◇ '감각-판단-실행' 3박자… 현장에서 증명된 AI 시너지
이번 3.0 전략의 핵심은 'AI 자율제조(Autonomous Manufacturing)'의 실제 구현에 있다. 반가운 소식은 국내 현장에서 이미 '감각-판단-실행'으로 이어지는 AI 생태계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1. [감각] '듣는 AI' 디플리 (Deeply)
AI 도입의 첫 단계인 '감각의 정량화'는 AI 전문기업 디플리(Deeply)가 주도한다. 산업용 청각검사 솔루션 'Listen AI Industrial'은 숙련공이 '귀로 듣던 검사'를 AI로 완벽히 대체했다. 공정 중 발생하는 모터, 베어링 등의 미세한 소리를 0.2초 만에 분석, 99.6%에 달하는 놀라운 정확도로 불량을 판정한다. '머신히어링(Machine Hearing)'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Physical AI의 첫 단추를 꿰었다는 평가다.
2. [판단] '생각하는 장비' 원익IPS
'데이터의 예측화', 즉 공정의 '판단'은 국내 대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으뜸기업 원익IPS가 이끈다. 반도체 공정 장비에 AI 예지보전 시스템을 탑재, 장비가 스스로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고장 징후를 사전에 포착한다. 나아가 공정 조건 변화에 따라 AI가 자동으로 최적의 파라미터를 조정하는 '스스로 판단하는 장비'를 구현, 지능형 공정의 미래 모델을 제시했다.
3. [실행] '지능형 로봇' 레인보우 로보틱스
'물리적 실행의 지능화'는 레인보우 로보틱스의 몫이다. KAIST 휴보(HUBO) 기술력에 기반한 협동로봇(Co-bot)과 자율주행로봇(AMR)은 AI 제어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경로를 인식하고 판단하며 움직인다. 2023년 삼성전자의 투자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자동화의 핵심 주자로 부상, 단순 자동화를 넘어 '생각하는 로봇' 시대를 열고 있다.
이 세 가지 축은 놀라운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가령 '감각' 영역에서는 디플리의 사례처럼 AI가 '듣고', '판단' 영역에서는 원익IPS의 장비처럼 스스로 '예측'하며, '실행' 영역에서는 레인보우 로보틱스의 로봇처럼 '움직이는' 모습으로 완전한 AI 자율제조 공장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대기업은 물론, 이제는 한국 제조업의 근간인 중소·중견기업 현장에도 '현실적인 AI'가 스며들 기반이 마련됐다. 정부의 3.0 전략과 혁신 기업들의 기술력이 결합해 K-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일 '골든타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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