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2일 / 케이프타운 V&A 워터프론트 쇼핑몰 / 비 왔다가 해났다가 변덕
바닷가에 있는 워터프론트 몰로 향했다. 6월의 케이프타운은 날씨가 참 변덕스럽다. 바닷가라 그런지 낮에도 비가 몇 번이나 몰려왔다가 그치기를 반복한다. 견고한 주택가 담장은 시내보다 더 높아졌고, 위로는 뾰족한 창살과 전기 울타리가 삼중으로 둘러쳐졌다. 담벼락에는 썬더 스트록, 담장 넘다가 감전되는 도둑 그림 스티커. 좋은 집 구경하겠다고 껑충껑충하다가는 고압 전기 맞고 피카츄 되겠지?
올림픽 공원의 넓은 초록색 잔디가 잘 가꿔져 있고 알록달록한 시계탑과 카페, 호텔이 줄지어있는 모습이 유럽의 도시 같다. 그 호텔 끝자락에 옛 항만을 재개발한 쇼핑센터가 있다. 케이프타운에서 최고 고급스러운 쇼핑타운. 그러므로 신기할 건 없었다.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고 여기는 관광지 프리미엄이 있어 더 비싼 편. 1층 전망 좋은 레스토랑은 인당 3만~4만원 선.
길거리에서 볼 수 없었던 백인들이 여기에 다 있다. 1994년까지 지속된 아파르트헤이트 시절(1948~1994) 인종차별정책 때 거주·이용 공간이 인종별로 구획되고 외곽으로 강제 이주했던 역사가 있었다.
왜 난 백인을 여기서만 봤을까 했는데 이런 고가의 생활 방식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이 동네에선 대부분 백인인 걸까? 물론 흑인도 쇼핑몰에 있지만, 반대로 흑인들이 모여있는 길거리, 공원에서는 대낮에도 밖을 돌아다니는 백인은 보지 못했다. 머무는 공간 자체가 분리된 느낌이다.
동양인 네 명이 함께 쇼핑몰 안팎을 돌아다니려니 사람들 눈길을 한눈에 받는다. 백인 흑인 둘 다 있으니 실감하는 동양인의 체급. 우리 네명 덩치가 고만고만한 것도 있지만, 골격에서부터 동양인은 정말 상대도 안 된다. 나이가 그래도 거의 서른인데 백인은 우리를 귀엽게 보고 흑인은 우리를 얕잡아보는 것 같은 느낌···.
2017년 6월 23일 / 케이프타운 도시 외곽 / 반짝반짝 햇빛이 눈 부신 날
우리가 처음 나미비아 대사관을 찾아간 날이었다. 맵스미에서 분명히 나미비아 대사관을 검색했는데 블로그 정보와 달리 시내에서 꽤 떨어진 곳을 찍어준다. 테이블 마운틴을 한 바퀴 돌자, 도로가 외곽으로 빠졌다. 멀리서 반짝이는 마을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슬레이트 판자촌. 공터에 십자가가 고추 말뚝처럼 뿌려진 공동묘지. 길가에 쌓아놓은 쓰레기 더미들. 줄에 묶여서 풀을 뜯는 말, 하수구 주변을 배회하는 새, 차를 피해 세 다리로 껑충거리며 동네로 들어가는 개. 이런 자질구레한 삶이 가득한데 멀리서는 반짝반짝한 판자촌이라니.
내비게이션을 따라 동네 안까지 들어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차를 돌려 나왔다. 괜히 내려서 여기 대사관이 있냐 물어봤다가는 복잡해질 것 같아서.
여성경제신문 윤마디 일러스트레이터 madimad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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