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한 쓰레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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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한 쓰레기에 대하여

문화매거진 2025-10-30 12:23:16 신고

▲ 재료로 사용한 레진의 흔적들 / 사진: 구씨 제공
▲ 재료로 사용한 레진의 흔적들 / 사진: 구씨 제공


[문화매거진=구씨 작가] 학부생 때 교수님이 그런 말을 했다. ‘우리는 예쁘고 비싼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거야.’ 그 말은 학생에게 하는 말이자 교수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을 것이다.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그 말은 지금까지 나를 따라다니고, 이제는 나도 자조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순간을 종종 마주한다. 

어떤 작가라도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면 쓰레기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지 않을까. 실리콘, 레진, 세라믹, 캔버스 심지어 전기를 사용하는 작업일지라도 그것을 위한 다양한 기기들이 쓰레기로 배출된다. 작가가 ‘친환경’을 주장하며 작업을 하더라도 그것을 위한 포스터와 홍보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은 ‘어쩔 수가 없다’. 

근 1년간 사용하는 재료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탐구해보고자 여러 재료에서 하나의 재료로 좁히는 시간을 가졌다. 바라던 바는 이뤄졌지만, 과정에서 내가 사용하는 재료가 얼마나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 내는지를 목도하고 말았다. 

지금 사용하는 재료는 A와 B를 3:1 비율로 섞어 사용하는 레진이다. 두 용액을 섞는 과정에서 보통 하나의 종이컵과 그것을 섞기 위해 나무막대 하나를 사용한다. 그렇게 1회의 레진을 섞는 과정에서 벌써 두 개의 쓰레기가 발생한다. 물론 레진을 깔끔하게 붓는다면 경화된 레진으로 조금 두꺼워진 종이컵과 막대를 여러 번 사용할 수 있겠지만 아직 습관이 되지 않았는지 섞던 레진과 나무막대가 서로 붙어 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쌍쌍바를 먹거나 커피 컵을 모아가며 작업을 하기도 했다. 썼던 플라스틱 컵을 한 번 더 쓰는 게 뭐 그렇게 친환경적일까 싶다가도 그거라도 안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운 마음으로 컵을 모아 레진을 섞었다. 이렇게까지 친환경적인 단계를 작업에 도입하려고 하는 데에는 돌이켜보면 기후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양심 문제다. 기후 변화를 감지하고 앞장서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주 작은 실천들을 한다.  

기후 변화 같은 초객체적인 감각을 내가 어떻게 감지할 수 있는지 아직 감도 안 오지만 적어도 지금은 '나'와 같은 개인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느낌적으로 알고 있다. 진정으로 환경을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가장 친환경적인 일일 테지만 계속해서 작업을 할 테니까,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친환경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선택이 작업의 주제가 아닌 자연스러운 선택 사이를 넘나들도록 많은 연습이 필요할 듯싶다.

1년간 경험한 재료는 이해의 한 방법으로 그 많은 쓰레기를 보여줬다. 이것도 재료에 대한 이해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힘을 주고 작은 실천 리스트를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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