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웅 칼럼]한국 '핵추진잠수함 건조' 의미는 북핵에 대비한 '비대칭전력'의 시발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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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칼럼]한국 '핵추진잠수함 건조' 의미는 북핵에 대비한 '비대칭전력'의 시발점인가

비즈니스플러스 2025-10-30 10:09: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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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주필
이용웅 주필

출처 불명의 핵미사일이 어느날 미국으로 향한다. 문제는 미국 첩보기관 중 그 어느 곳도 미사일이 어디에서 어느 나라에서 발사했는지 알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핵미사일의 목적지는 미국 대도시 시카고. 예상되는 피해규모는 무려 1000만명. 

미국 외교, 국방, 첩보기관들이 총동원되어 미사일의 출처를 알아보지만 영화 끝까지 그 정체는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가장 먼저 의심되는 나라는 북한. 뒤를 이어 러시아와 중국이 거론된다. 러시아와 중국은 그나마 미국 외교당국이 연락을 해서 서로 진위여부를 가리려는 노력이라도 하지만 북한과는 일체의 소통통로가 없다. 

미 첩보당국은 북한이 과연 잠수함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는지 그 사실 조차도 확신을 못한다. 시카고를 향하는 정체불명의 핵미사실을 요격하는데 실패하자 결국 미국 대통령은 북한, 러시아, 중국 모두를 향해 보복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결정을 내린다. 영화는 바로 그 시점에서 끝난다. 인류의 멸망을 예고하면서. 미국 국방장관은 전지구적인 핵전쟁에 절망한 나머지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한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캐스린 비글로우 감독의 8년 만의 넷플릭스 신작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그녀의 대표작인 '허트 로커' '제로 다크 서티' 처럼 강렬하고 현실적인 전개를 보여주는데 전세계적으로 스트리밍 1위를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연 배우는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을지 모르는 핵잠수함에서 미국을 향해 발사된 핵미사일 1기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 사진=넷플릭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 사진=넷플릭스

◇한화오션이 인수하는 필리조선소에서 건조되는 한국 핵잠수함의 미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는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즉각 화답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한국이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다. 한미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 우리나라의 조선업은 곧 크게 돌아올 것이다. 계속 지켜봐달라"고 밝혀 이번 한미관세협상 타결에 조선업 협업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고 그 중에서도 필리조선소가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음을 드러냈다.  

한미 정상은 29일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에 합의하면서 관세협상을 마무리했는데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대목은 바로 이재명 대통령의 핵잠수함에 대한 언급이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북한은 물론 '중국 쪽 잠수함'의 추적을 언급했는데, 사드배치 못지 않은 외교적 파장을 감수하면서까지 핵추진 잠수함 건조의지를 밝힌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지난 2021년 대선후보로서 '스마트강군, 선택적 모병제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호주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한다고 하니, 한미간 충실한 협의로 그 조건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과 실질적 협의가 있어야 한다며 핵잠수함 추진 의지를 드러낸바 있다.

당시 호주는 미국, 영국과 함께 대중 견제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창설하면서 호주는 핵잠수함 8척을 건조한다고 밝힌바 있었다. 

당시 국내 진보진영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이같은 공약이 윤석열 후보와 별 차이가 없으며 북한이 설령 핵잠수함을 개발한다고 해도 미국을 겨냥한 것이지 한국을 겨냥하는 것은 아니라며 강력 반발하기도 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 대통령의 핵잠수함 건조계획이 국내외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의지를 거듭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28일 서해 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바로 추적이 어려운 함대지 미사일 발사시험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시험발사한 미사일이 이달 초 평양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에서 공개된 화살 계열 순항미사일로 추정했다. 화살 계열 미사일은 북한이 개발해온 장거리 순항미사일로, 북한은 화살-1·2형에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최대 사거리는 2000㎞ 정도로 추정된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지난 28일 서해 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 미사일총국은 지난 28일 서해 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올해 공개한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선 전문가들은 핵추진 시스템의 불확실성을 지적한다. 핵추진 잠수함을 위해서는 원자로 설계와 냉각 시스템, 방사능 차폐 기술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데, 북한이 이를 독자적으로 구현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미 여러 차례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을 했다고는 하지만 잠수함에서의 안정적 발사 기술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문제는 러시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29일(현지시간)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고 핵 발전장치를 장착한 수중 무인기(드론) '포세이돈'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포세이돈은 핵추진 수중 드론 또는 자율운항 어뢰로 분류되는데 소형 원자로를 탑재해 장기간 자율 운항 가능하며 최대 2메가톤급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 

푸틴 대통령은 "이 무인기는 속도와 이동 깊이 면에서 세계에 유사체가 없고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가능성도 없다"며 "요격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포세이돈의 위력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를 능가한다고 설명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사탄2'로 부르는 사르마트는 한 번에 10∼15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고, 사거리가 1만8000㎞에 달해 뉴욕이나 워싱턴 등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다.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에 나오는 핵미사일은 잠수함에서 발사된 것으로 등장한다. 미국에서는 발사 시점이나 지역을 추정할 수 없고 다만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그 가능성을 영화속 대사를 빌리자면 "총알로 총알을 맞추는 비율이다"라는 것이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III 잠수함 / 사진=연합뉴스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III 잠수함 / 사진=연합뉴스

◇우리만의 독자 핵잠수함 개발은 북한 핵보유 인정의 첫걸음으로 이해할수도   

러시아의 포세이돈은 기존 핵무기와는 다른 비대칭 전략무기로, 향후 핵무기 감축 협상(New START)이나 국제 안보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토(NATO)는 이를 '칸욘'(Kanyon)이라는 코드명으로 분류하며, 요격이 어려운 전략무기로 경계하는데 미국은 아직 공식 대응 무기는 없지만, 해상 탐지·요격 기술 강화를 대응 전략으로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칸욘'은 튀르키예 말로 '협곡'이라는 뜻이다. 깊은 협곡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맞추기는 어렵다.     

북한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비대칭전력의 확보였다. 대칭전력은 전통적 재래식 무기(탱크, 전투기 등)로 대응하는 것을 말하고 비대칭전력은 핵무기·미사일·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과 기습공격이 가능한 무기를 의미한다.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킬체인' '미사일 방어망'(KAMD) '응징 보복'(KMPR)으로 구성된 3축 체계를 중심으로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는 한편 최근에는 독자적 핵잠재력 확보와 초정밀 타격 능력도 병행 추진 중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북한이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기술 완성'을 목전에 둔 것으로 관측되자,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대응으로 한미가 합의한 핵협의그룹(NCG) 논의의 재개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위성락 대통령 국가안보실장은 이전부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라늄 농축·재처리 측면에서 우리가 더 많은 여지를 갖는 쪽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가급적 일본과 유사한 권한을 갖고자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갑자기 핵무기를 개발 소유할 수 없다면 상대측이 가장 치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가 직접 운용하는 핵추진잠수함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은 그동안 안보전략 전문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문제는 정부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화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우리측의 비대칭전력의 확보는 이제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것이 분명하고 이 대통령의 핵추진잠수함 개발 의지는 바로 이같은 상황에 근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정부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단계가 성큼 다가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리 군은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이어 핵탑재 가능 미사일 개발, 극초음속 무기 확보 등을 통해 비핵 상태에서의 억지력 강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은 단순한 외교적 변화가 아니라, 한국의 안보·외교·군사 전략 전체를 재편해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한국은 이를 대응하기 위해 핵 없는 억지력 강화와 동맹 기반 핵우산 신뢰 확보, 그리고 국내 핵무장 논의의 전략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용웅 주필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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