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스페인이 우리나라 사람의 해외여행 만족도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포르투갈을 포함한 남유럽이 약진한 반면, 4년 연속 1위였던 스위스 등 중·서부 유럽은 약세를 보였다. 체코·크로아티아 등 동유럽도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만족도를 좌우하던 가심비 대신 실질 가성비에 따라 순위가 재편되는 양상이다.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016년부터 매년 9월 2만 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연례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지난 1년간(2024년 9월~2025년 8월) 해외여행을 다녀온 1만 3287명에게 주 여행지의 만족도와 추천 의향을 물었다. 응답 사례 수 60명 이상인 32개국을 비교해 종합만족도를 산출했다.
◇스페인, 조사 시행 이래 최초 1위
스페인(808점)이 유일한 800점대로 1위에 올랐다. 포르투갈(793점) 2위, 체코(791점) 3위였다. 코로나19 이전 4년 연속 1위였던 스위스는 4위로 내려앉았다. 크로아티아는 작년 사례 수 부족(60명 미만)으로 순위에서 제외됐다가 올해 781점으로 5위에 올랐다. 최상위 톱5 국가를 모두 유럽이 차지했다.
스페인이 1위에 오른 건 이 조사가 시작된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2년간 2위, 4위를 기록하며 최고 수준 만족도를 유지했지만, 번번이 스위스에 밀렸다. 인접국 포르투갈은 전년 11위에서 9계단 약진했고, 이탈리아는 7위를 유지해 남유럽 3개국이 톱10에 포함되는 강세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와 풍부한 먹거리, 여유롭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한국인이 선망하는 인기 여행지이자 고물가 지역인 중·서유럽은 하락세다. 작년 1, 2위였던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각각 3, 8계단 떨어졌다. 프랑스(24위)는 11계단, 독일(30위)은 15계단 내려앉았다.
주목할 부분은 고비용·저만족 여행지로 취급되던 프랑스·독일뿐 아니라 고비용·고만족 가심비 여행지로 꼽히던 스위스도 하락 대열에 합류한 점이다. 상대적 저비용·고만족 여행지인 남유럽·동유럽 순위가 크게 상승한 걸 고려하면 여행자의 만족도 판단 기준이 실질 가성비 중심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
◇아시아 만족도는 일본이 톱10 중 7곳
국가가 아닌 주요 목적지별로도 만족도를 산출하고 비교했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아시아(일본·베트남·태국·중국·필리핀·대만·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주요 여행지를 비교한 결과 일본 삿포로(786점), 오키나와(769점)가 1, 2위를 차지했다. 베트남 나트랑(762점, 3위)과 푸꾸옥(761점, 4위), 태국 치앙마이(735점, 9위)를 제외하면 톱10 중 7곳이 일본 여행지였다.
동일 국가 내에서도 여행지별로 큰 차이가 있었다. 일본은 1위 삿포로(786점)와 29위 나가사키(641점) 간 145점 차이를 보였다. 중국은 10위 후난(734점)과 30위 베이징(612점) 간 122점 차이를 보였다.
한국인의 해외여행은 여전히 80%가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머물고 있지만 유럽, 미주 등 원거리 해외여행은 ‘작정하고 한 번 가는 꿈의 여행’으로 비용보다 심리적 만족감이 우선시된 것으로 해석된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최근 물가·환율 부담과 안전·쾌적성 등 현실적 여건을 중시하고, 낭만보다 실속을 찾는 흐름이 확산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